경제·금융 정책

"미·일 주도 거대 시장서 배제 안돼" 통상당국 기류 급선회

■ 한국 TPP 참여 사실상 확정<br>일본 참여 급진전되자 한미·한중 FTA 등 통한 중심축 역할 구상에 변화<br>산업부 "입장 결정안돼" 불구 APEC서 공식 선언할 듯


한국이 결국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시장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르면 오는 6~8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TPP 참여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TPP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우리 정부가 이렇게 돌아선 것은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주도의 거대한 자유무역시장에 한국이 배제될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세계 자유무역시장에서 뒤처질 수는 없다"고 밝히며 TPP 참여에 상당한 무게감을 실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통상 당국 내부에서는 우리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ㆍ유럽연합(EU)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TPP에 참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우리는 TPP에 참여한 12개국 중 7개국과 이미 FTA를 맺었고 호주ㆍ뉴질랜드 등 FTA를 맺지 않은 국가들과는 교역량도 크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내놓은 '신통상정책 로드맵' 역시 TPP보다는 한중 FTA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산업부는 한중 FTA를 통해 아시아를 둘러싼 각종 다자 FTA의 '린치핀(linchpinㆍ핵심축)'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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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의 TPP 참여가 급진전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FTA 실적에 있어서 우리보다 한참은 뒤처진 일본이 엔저를 등에 업고 TPP를 통해 단숨에 우리를 역전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TPP가 미국 주도의 '중국 고립주의'라고 비난했던 중국마저 7월 미ㆍ중 경제전략대화를 통해 TPP 가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최근 TPP 포럼을 여는 등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사실상 TPP 참여를 위한 준비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통상전문매체인 인사이드유에스트레이드는 이날 한국이 TPP 참가를 사실상 확정했고 APEC 등을 통해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정부 입장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TPP 참여 결정을 연말까지 해야 되는 것을 고려하면 APEC을 전후로 한국의 입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인사이드유에스트레이드 특히 한국 소식통을 이용해 한국이 정상회의 기간에 TPP 참가를 공식 발표하거나 박 대통령이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뒤 공식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으로 문제는 한중 FTA 등 현재 추진 중인 협상과 국내 여론에 TPP 참여가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TPP에 다소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해도 현실적으로 TPP 참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TPP 참여를 결코 반가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신히 2단계로 진입한 한중 FTA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또 TPP 참여가 확정되면 우리 농산물 개방폭도 더 넓어질 수밖에 없어 농민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APEC에서의 TPP 진전 수준 및 향후 전망, 현재 추진 중인 FTA 협상에 미치는 영향, TPP 참여가 우리 경제 및 교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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