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리모델링으로 사업방향을 변경하는 재건축 단지가 등장하고 있다. 아직 사업성 검토 수준이지만 재건축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단지도 나타날지 주목된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미도1차, 송파동 한양2차, 문정동 가락현대1차 등은 시공사에 의뢰해 조만간 사업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리모델링추진위가 구성된 반포 미도1차의 경우 5월중 사업설명회가 열린다. 이들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검토하는 것은 소형평형의무비율, 개발이익환수제 등 잇따른 규제로 재건축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윤섭 쌍용건설 리모델링팀 부장은 “한 달 전부터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비교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재건축에 비해 인기가 떨어졌던 리모델링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지역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도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반포동 H아파트, 논현동 K아파트 등은 현재 재건축 조합이 설립돼 있는 상태지만 최근 리모델링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리모델링의 수익성을 따져보기 위해 건설회사로의 문의도 부쩍 늘었다. 정재희 GS건설 차장은 “3ㆍ30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 조합이 직접 전화문의를 해오거나 수익성 분석을 요청해 오는 단지가 늘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계에 있는 아파트의 사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였던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는 GS건설과 삼성건설이 수주경쟁을 잠정적으로 미루면서 2년 만에 다시 사업을 재개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5차도 건축심의를 준비 중이다. 현재 주민동의율은 60%를 넘은 상태. 도곡동 동신 아파트 역시 5월중 행위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송파구 오금동 우창은 5월31일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추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리모델링 예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이는 리모델링보다 주변의 시세상승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김희선 부동산 114전무는 “최근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값이 일부 상승 했으나 그 폭은 제한적인 수준이었다”며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같은 투자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