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역사는 지진의 역사였다고 할 정도로 잔혹하다. 특히 현재 수도 카트만두 일대는 수세대 동안 대규모 지진피해 기록을 남겼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재앙의 피해는 잦았지만 제대로 된 대비책은 없어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료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지진은 지난 1255년의 사건으로 당시 해당 지역 인구의 최대 3분의1가량이 사망했다. 1408년과 1681년, 1810년, 1833년에도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특히 1833년 지진은 일대 주거지를 초토화하고 최대 5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네팔의 현대사 편입 이후 기록은 한층 가혹하다. 1935년 1월15일 진도 8.0의 대재앙으로 1만6,000명 이상이 희생됐으며 1988년 8월20일에도 진도 6.8으로 지층이 요동쳐 1만5,000여명이 죽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이 지역을 덮였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네팔 국립지질학센터(NSC)의 통계를 분석해보니 2011년대 들어 올해까지 5년여간 발생한 지진(진도 4 이상)은 무려 125번이나 됐다. 특히 2011년에는 42회에 이르렀으며 이후 지난해(11회)까지 줄어들다 올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이달 25일까지 벌써 10차례(3차례는 25일 발생)나 땅이 뒤흔들렸다.
대재앙 경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올해는 1935년 대지진 80주년이 되는 해여서 네팔 학계와 언론은 이를 집중 조명해왔다. 1월15일 현지 언론매체인 네팔타임스는 '천재가 아닌 재앙(unnatural disaster)'이라는 제목하에 "카트만두에서는 80년마다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게 혜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지진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낡은 집과 부실한 계획이 죽이는 것"이라고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네팔 국왕 일가도 1935년 대지진에서 공주 2명을 잃는 비극을 겪었으나 이후로도 제대로 된 건물 내진 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 세계 지진 위험 10대 도시인 카트만두를 거쳐 우리 국민들도 히말라야 등반길에 수없이 올랐지만 대한민국 정부의 대처도 안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고 전까지 외교부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 올린 네팔 지진 대비 유의사항은 전무했다. 고작 2013년 2월22일 네팔에서 지진 대비 도상훈련이 실시됐다는 단신 정도만 올라와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이번 사태가 터지자 25일 외교부는 '네팔 지진 발생 관련 유의사항'이라는 공지를 올리는 뒷북행정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