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한꺼번에 빠지면… 무서운 경고
자산 버블 우려 커진다[시장 불안한데 환율 무대책 기업들] 선진국 추가 부양 기대감에 외국인 자금 아시아로달러 대비 원화가치 3개월새 3.7% 상승수출 경쟁력 하락에 시장 안정성도 위협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외국인 투자가들이 아시아로 몰리면서 이 지역의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이 경기부양 기조를 강화할 경우 해외 자금의 아시아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돼 이에 따른 자산 버블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국인 자금이 한국과 동남아시아ㆍ인도 등으로 유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한국이다. 지난 3개월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7%의 랠리를 펼쳤으며 외국인의 한국 국채 및 채권 보유규모는 7월 말 기준으로 790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 730억달러에서 8.2% 늘어난 수치다. 27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기대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증시의 코스피지수도 3개월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필리핀 역시 외국인들이 주식과 채권을 사들인 결과 지난달 외국인 자금 순유입액이 9억6,300만달러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순유입액과 맞먹는 규모다. 필리핀 주가지수는 올 들어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고 페소화 가치도 최근 3개월 동안 3.1% 올랐다.
외국인들은 또 지난달 말레이시아 주식을 10억달러어치 순매수하면서 주가지수를 사상 최고치 근처까지 끌어올렸다. 태국에서도 올 들어 7월 말까지 204억달러 규모의 채권과 주식을 순매입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골칫거리로 꼽히는 인도에도 외국인들의 러브콜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연초 인도 정부가 과거 자국 내 자산을 매입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소급 과세를 하기 위해 세법 개정에 나서자 인도 시장을 외면했던 외국인들이 7월 이후 다시 인도 증시를 찾으면서 뭄바이증시의 센섹스지수는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의 신흥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다리우스 코왈치크는 "유럽중앙은행(ECB)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적인 경기부양 조치를 취한다면 이 같은 위험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아시아로의 자금이동을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자금이 물밀듯이 유입돼 자산 버블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책당국자들은 섣불리 금리를 내리거나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게 된다고 WSJ는 지적했다. 또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아만도 테탕코 필리핀 중앙은행장은 "수익을 쫓는 자금들이 다양한 자산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자산 버블 위험을 높이고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의 입사우렁 교수는 "싱가포르가 외국인에게 거주용 부동산시장을 개방한 후 지난 2년6개월 동안 부동산 가격이 9배나 올랐다"면서 "선진국에서 통화완화 정책을 강화할 경우 전방위적인 자산 버블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과 일본에서는 자금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실망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안전투자처로 부상한 단기국채로 이동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