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결국 일본의 국가부채를 1,000조엔(약 1경1,513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아베노믹스'가 일본 재정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진작부터 제기됐지만 소비세 인상 여부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는 시기에 공개된 충격적인 수치는 아베 총리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6월 말 현재 일본의 국채발행과 차입 등을 포함한 국가부채가 총 1,008조6,281억엔에 달했다고 9일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독일과 프랑스ㆍ영국 등 유럽 주요3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다. 일본 국가부채가 1,000조엔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재정 건전화보다 경기회복을 우선시하는 아베 정권이 지난해 말 10조엔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의 예산안 편성에서 43조엔 규모의 신규 국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부채가 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대표적인 재정적자국으로 악명이 높지만 '디플레이션 탈출'을 지상과제로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지출을 늘리는 아베 정권의 정책 때문에 일본의 재정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천문학적 수준으로 불어난 국가부채는 올 가을 소비세 인상 결정을 앞둔 아베 총리에게 적잖은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민주당 정권은 현행 5%인 소비세율을 오는 2014년 4월 8%, 2015년 10월 10%로 두 차례에 걸쳐 인상하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예정대로 소비세율을 올릴 경우 이제 겨우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아베 총리는 막판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국가부채가 1,000조엔을 넘어선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경기부양을 이유로 세율인상을 미룰 경우 일본 재정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롱한화왕 이코노미스트는 "국가부채 증가로 아베 총리가 소비세율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는 아베 정권이 실행해야 할 최소한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8일 더 이상의 재정악화는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국채는 엄청난 재정적자와 부채규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각광 받으며 높은 가격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단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국채금리가 치솟기(국채가격 하락) 시작하면 일본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재정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