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재계의 수난시대

김상용 기자<산업부>

요즘 국내 간판급 대기업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투명경영과 윤리경영 등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다짐했던 기업들의 과거 오점들이 약속이나 하듯 하나 둘씩 세상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의 기업인 삼성그룹의 경우 구조조정본부장이 과거 대선자금 지원과 관련, 검찰에 참고인 및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되며 그룹이 쌓아올린 명예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는 양상이다. 또 형제간의 아름다운 경영으로 화제를 모았던 두산그룹 역시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과거의 비리가 차례대로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남북간 민간 교류의 물고를 튼 현대그룹 역시 수렁에 빠져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 이후 경영권 분쟁이라는 홍역을 치렀던 현대그룹이 이제는 현대의 마지막 가신이라 불리우는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비리를 문제삼고 나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한결같이 옹색한 변명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97년 대선당시 불법 선거 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이른바 X-파일에 담긴 대화내용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은 자신의 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시내 모처에서 사태 파악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또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의 비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김 부회장의 자진 사퇴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두산그룹의 경우 박용오 명예회장이 두산그룹에 대한 폭로와 고소 문제를 거론할 당시 ‘경영권 탈취 미수사건’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떳떳하다고 했지만 두산산업개발이 총수 일가가 293억원을 대출 받은 후 이자를 회사 돈으로 지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처럼 기업들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세간의 의혹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부자를 시기하고 기업가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탓하기엔 요즘 기업들의 상황대응 모습이 당당하지 못하다. 변명보다는 의혹에 대한 떳떳한 공개가 재계의 수난시대를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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