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영변 핵 시설을 방문한 미국 민간 대표단에게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북한이 미 대표단의 영변 방문을 통해 핵무기에 필요한 핵심 물질을 생산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시켜 준 셈이라고 전했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미국 대표단에게 그 물질(플루토늄)을 핵무기에 장착하지는 않았으며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그것을 동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밝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 대표단이 실제 핵무기를 보기 보다는 핵무기 원료(플루토늄) 제조 시설을 둘러봤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미국 대표단의 영변 방문을 허용한 의도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시키려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노력이 실패했으며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처럼 북한도 핵보유국임을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영변 핵 시설을 방문한 존 르위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등 일행에게 `핵 억제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핵 활동과 관련한 억측 보도와 모호성으로 당면한 핵 문제 해결에 지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억제력을 공개했다”고 설명했으나 억제력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이번 방문이 우리 핵 활동의 모호성을 없애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였다면 금후 조ㆍ미 사이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실제적 기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북단의 일원인 리처드 루거(공화당)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의 키스 루스 보좌관과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조지프 바이든 의원의 프랭크 재누지 보좌관은 베이징을 거쳐 11일 오후 방한했다. 이들은 13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청와대와 외교부를 방문, 방북 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번 주중 워싱턴에서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영변방문 결과를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20일 상원외교관계위원회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증언할 예정이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안준현기자 ksi810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