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제주특별자치도와 '작은 정부'

28일 오전 총리 기자실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1년 성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국무조정실이 다음달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언론에 제공한 것으로 자료를 받아본 기자는 순간 당혹스러웠다. 특별자치도가 출범 한돌을 앞두고 있지만 재정 부족과 정부의 규제 등으로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성과’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한 ‘호기’에 자못 놀랐기 때문이다. 국조실은 한술 더 떠 특별자치도에 대해 ‘제도 시스템 정비 및 국내외 투자 활성화 등 의미 있는 변화’라는 낯부끄러운 자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꼼꼼히 살펴본 결과 정부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성과’라고 평가했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자치도 출범 이후 외국인 투자확대가 활발하게 진행돼 폴로승마장 등 총 6개 사업 7,397억원의 투자유치가 실현됐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내국인의 대규모 관광개발사업 투자가 급증, 총 2조2,616억원의 자본투자가 성사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제주도 현지인들도 정부가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에 동의할까. 일부 관광산업에 자본 투자가 있었지만 교육ㆍ의료산업 등 정작 필요한 분야의 투자유치는 정부의 행정규제로 이뤄지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더욱이 특별자치도를 위해 제주도 전역의 면세화 지정, 법인세 인하 등 재정적 측면의 자립도를 높이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제주도를 관광ㆍ의료ㆍ교육ㆍ첨단산업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지만 정작 제주도 사람들은 중앙정부의 권한이양 없이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제주도 전역 면세화 등 제도개선 과제 420건 중 중앙정부가 받아들인 내용은 항공자유화 등 277건에 불과했다. 국조실이 보도자료 말미에서 오는 2011년까지 4,100여건의 중앙사무에 대해 단계적인 이양방침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4년 뒤의 일이라 실현될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대폭적인 권한이양 없이 특별자치도가 제대로 성공한 선례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지금 제주특별자치도가 ‘특별히’ 바라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단지 작은 정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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