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마음의 여유로 얻는 웰빙


2013년의 해가 저무는 연말이다. 한 해를 잘 보냈는가. 남은 한 달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까. 남들에 비해 더 새롭고 더 많은 뭔가를 해야만 '특별하다'고 느끼는 요즘의 우리는 이 같은 질문들과 함께 12월을 맞이한다.

웰빙 열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부가 아닌 삶의 질을 강조하는 생활 방식을 추구하게 된 2000년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웰빙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로 관련 소비가 급증한 것은 물론 유기농이나 전통식 고집, 요가와 스파, 피트니스 클럽 등을 즐기는 소비행태에서 그러한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에 이어 치유에까지 관심이 쏠리며 웰빙과 힐링의 조합인 '힐빙'의 개념까지 나올 만큼 심신이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확산되고 있다.

웰빙의 순우리말은 '참살이'다. 말 그대로 '좋은 삶'을 가리키는 뜻이다. 정신적·육체적인 건강과 행복이 우선시되는 삶의 방식을 두고 우리는 '웰빙을 추구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웰빙은 육체적인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건강을 챙기는 일을 특별한 삶의 방식쯤으로 여기며 그럴 듯한 것들로 채워 넣기에 급급했다. 힐빙이 대두되면서 치유를 통한 정신적 웰빙의 중요성이 부각되긴 했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 의한' '무엇에 의한'이라는 수동적인 개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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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과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웰빙은 정신적인 가치를 기본으로 한다. 사회 변화 속도만큼 삶을 다양한 것들로 채우며 쉼 없이 달려온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정신적 충만함'이다. 비교에 의한 '특별함'이 아닌 삶 자체로의 '충만함'을 찾는 것. 이와 같은 진정한 웰빙을 위해 우리가 꼭 가져야 할 것이 바로 '마음의 여유'다.

바쁘고 분주한 일상에서도 본인 스스로 틈을 낼 줄 아는 것, 그리고 그 틈을 통해 현재 붙잡혀 있는 일과 장소, 걱정과 꿈들을 차분하게 돌아볼 줄 아는 것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여유다. 단 하루라도 툭 털어버리고 어딘가 훌쩍 떠나는 것,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일상이 노곤한데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삶을 돌아보고 쉼표를 찍는 것. 대단한 여행이나 쉼이 아니어도 여유를 찾는 길은 분명 여러 가지다.

살다 보면 어떤 순간에는 멈춰야 할 때가 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되짚어보기 위함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여유는 절실하다. 혜민 스님의 말처럼 '멈추면 보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과거를 다시 보게 되고 현재를 다르게 살 수 있다. 남과의 비교가 아닌 스스로에게서 해답과 만족을 찾게 된다. '좋은 삶'을 사는 것은 결국 한끝 차이인 것이다.

성과를 지향하는 사람은 남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창조적인 사람은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심심해하기도 하며 권태로워하기도 한다. 바쁘고 정신이 없을 때는 오히려 더욱 여유를 내며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본다. 운동에도 휴식이 필요하고 관계에서도 서로에게 향한 에너지를 돌려 자신에게 향하게 해야 할 때도 있어야 하듯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을 숨 가쁘게 달리고 삶을 빼곡하게 채우려고만 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고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의 무게를 짊어지고서도 균형 있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제 건강과 치유에만 힘쓸 게 아닌, 본인 스스로 여유를 찾아 실천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이 시대가 말하는 웰빙의 참뜻이다.

뜨는 해보다 지는 해가 더 고요하다. 송년회·파티·해외여행 등을 즐기며 지난 열 한달만큼 왁자지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기보다 쉼 없는 행동과 생각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듯 여유를 갖고 새로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면 첫 달부터 새로운 다짐과 계획들로 가득 채워질 2014년이 더욱 힘차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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