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1세기 전략산업 ‘캐릭터’

게임ㆍ애니메이션ㆍ만화 등과 같은 산업을 문화컨텐츠산업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각종 컨텐츠의 등장인물 요소를 캐릭터라고 한다. 또 그러한 컨텐츠에는 등장하지 않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창작된 상징적인 이미지 역시 캐릭터라고 한다. 그리고 캐릭터산업이란 이러한 캐릭터를 활용한 산업을 말한다. 각종 컨텐츠산업은 1차적으로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지만 2차적으로는 그 컨텐츠의 요소인 캐릭터를 적합한 분야에 적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개념이 성립돼야 한다. 따라서 캐릭터산업은 각종 컨텐츠산업의 2차적이며 궁극적인 목표산업이 되는 것이다. 캐릭터를 활용하는 사업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비용을 받고 캐릭터를 개발해주는 캐릭터 개발과 개발된 캐릭터에 상응하는 로열티를 받고 캐릭터 사용권을 판매하는 라이센싱 분야, 그리고 최종적으로 캐릭터를 각종 제품에 적용해 판매하는 상품 머천다이징 분야 등을 말한다. 이중 캐릭터 상품을 제조ㆍ유통하는 머천다이징 분야가 총시장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또한 중요하다. 이 같은 캐릭터사업이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있을까. 다른 산업의 성공 브랜드 개념과 비교해보면 소비자가 인정할 수 있는 캐릭터의 지속성이라 할 수 있다. 자칫 캐릭터라면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서 판단하기 쉽지만 캐릭터 고유의 성격이나 생명력, 고객 타깃 등의 차이에 따라 상품의 적용범위가 달라지며 사업의 포인트도 달라진다. 따라서 캐릭터의 지속성은 캐릭터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생명력이 짧은 캐릭터(타임성 캐릭터 혹은 도박식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에는 캐릭터에 대한 불신이나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숨어 있다. 그림과 캐릭터가 다른 점은 캐릭터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그 생명력이란 여러 관점에서 소비자가 흡족해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깊이 있는 디자인과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을 때 지속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순간적인 대규모 노출에 의존해 인기를 얻기에 급급한 캐릭터는 오래가지 않아 사람의 마음에서 잊혀지는 것이다. 또한 캐릭터를 개발한 기업들은 마치 생명체를 다루듯 해당 캐릭터를 애지중지해야 비로소 그 캐릭터가 추구하는 일관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 캐릭터산업의 시장규모는 이미 몇년 전에 조 단위를 훌쩍 넘어 21세기 국가전략 육성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껏 긴 생명력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국산 캐릭터는 별로 없었던 탓에 거의 대부분의 시장을 해외 캐릭터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특히 해외 캐릭터에 대한 국내 딜러들의 극단적인 수익 위주 영업에 많은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보면서도 말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국내 캐릭터의 비중이 다소 증가해 전체시장의 20~30%를 점하는 다행스러운 면은 있으나 캐릭터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적지않게 우려가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내 캐릭터기업 중 사업적으로 성공한 기업은 드물다. 영세한 다수의 기업이 혼재하며 공통적으로 유통이 부실하다는 구조적인 문제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똑같이 캐릭터라는 말을 쓰지만 인물캐릭터와 컨텐츠캐릭터의 사업적 특징이 다르고 예측할 수 있는 장ㆍ단기적 생명력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캐릭터의 사업화에 있어서는 라이센서의 도덕성을 첫째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라이센서가 부담해야 할 로열티의 수준은 그 사회의 문화적 수준이나 해당 상품의 경쟁상태에 따라 달라져야 하고 라이센서는 캐릭터의 생명력을 길게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나의 캐릭터와 그를 통해 파생되는 갖가지 역할을 혼자서 하겠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사실 어느 기업도 하나의 캐릭터를 전세계적으로, 또한 다양한 분야로 독자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는 없다. 이는 개별 회사의 성장 이전에 전체 산업발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견실한 네트워크 구축과 아웃소싱이 절실하다. 즉 게임ㆍ애니메이션과 같은 관련 컨텐츠기업은 모든 캐릭터를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보려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해당 분야 전문업체의 산업적 역할을 인정하고 그들과의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에 충실하면서 각 기업이 타사에 비해 비교우위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적정한 캐릭터를 잘 활용한다면 캐릭터사업은 어려운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혹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다소 혼란스럽더라도 말이다. <신용태(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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