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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씨(35)는 스노보드 마니아다. 대학시절에는 시즌권을 구입해 방학 내내 스키장 주변에 살다시피 했고 직장인이 돼서도 겨울이 되면 주말마다 꾸준히 스키장을 찾는다. 이 씨는 스키를 타러 갈 때면 동호회원들과 500만원 가량의 돈을 모아 스키장 인근의 펜션이나 콘도, 민박 등을'시즌방'으로 임대해 이용하곤 했다. 그러던 박 씨가 올해는 아예 스키장 주변의 소형 아파트를 7,0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해마다 시즌방을 구하러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굳이 자신이 이용하지 않더라도 시즌방을 원하는 수요가 충분해 월세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겨울철에는 시즌방을 운영해 돈을 벌 수 있고 다른 계절에는 주말 별장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셈"이라고 말했다.
레저 인구가 늘면서 주요 휴양지 주변의 수익형 부동산이 틈새 시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소에는 별장 개념의'세컨드 하우스'로 이용하다 휴가철 등 성수기에는 단기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 소형아파트 4개월 임대에도 수익률이 7% 넘어=8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파크 인근에 위치한 '조강밸리' 아파트는 겨울철 스키시즌(11월~3월)이 되면 전체 가구(139가구) 중 90% 이상이 시즌방으로 운영된다. 단기 임대인 셈인데 조강밸리 59㎡형은 4개월 동안 600만~65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7,600만원 안팎. 4개월만 임대를 놓고도 7.8%(세금 등 기타 비용 제외) 가량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인근 '장웅 파인힐' 아파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파인힐 53㎡형은 매매가격은 5,500만원이지만 스키시즌 동안 350만~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임대수익률은 7.2% 정도다. 평창군 B공인의 한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단지별로 2~3개 정도 뿐"이라며 "겨울 스키 시즌 수요가 충분해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설명했다.
◇휴양지 오피스텔은 세컨드 하우스로도 각광=부산국제영화제와 관계된 일을 하는 박모씨(36)는 몇 해전 부산 해운대에 4~5개월 정도 머물 집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여름 휴가철이 맞물려 있어 호텔이나 모텔은 일을 하기도 마땅하지 않은데다 구하기도 어려웠다.
박씨는 "인근 중개업소에서 월 60만원짜리 오피스텔 단기 임대를 소개해 주지 않았다면 크게 곤란했을 것"이라며 "그 이후로도 오피스텔 단기 임대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등 인기 휴양지에서도 여름 휴가철에 사용하기 위한 단기 임대 수요도 늘고 있다. 해운대의 경우 직장인 수요가 많아 여전히 1년 단위 계약이 많지만 별장 개념으로 사놓은 집주인들은 여름철 단기 임대용으로 물건을 내놓기도 한다.
해운대 오피스텔을 4~5개월 정도 단기 임대하면 임대수익은 3% 안팎이지만 세컨드하우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운대구 좌동의 C공인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과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단기 임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면서 "휴양지 별장 개념으로 오피스텔을 산 사람들이 4~5개월 동안 임대를 줘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보다 임대수익률 나은 곳 많아=전문가들은 강원도 등 주요 관광지 인근에 있는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서울 도심보다 임대수익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이나 종로 등 서울 도심에 있는 50㎡ 안팎의 오피스텔 월 임대료는 90만원(보증금 1,0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지만 매매가격이 2억원 가까이 돼 수익률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양지 오피스텔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해서는 안된다. 임대 수요와 관광객 수추이 등을 면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장은 "강원도 등은 겨울철 스키 관광객 등 수요가 풍부하지만 지역마다 편차가 큰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핀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