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불안 따른 펀드환매 자금용 '셀 코리아' 아니다외국인들의 시가총액 비중 감소는 지난 2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순매도 행진에 따른 것이며 이는 더블딥(이중침체) 우려 등 미국경제 불안과 미국증시 불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증시의 내부문제보다는 외부요인에 의한 것으로 본격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이달에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거래일이 지난달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이미 2배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 외국인 왜 파나
외국인 매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뮤추얼펀드 환매를 들고 있다.
엔론사에서 시작된 미 회계부정 파문이 뮤추얼펀드의 환매로 이어졌고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시아 이머징마켓, 특히 수익률이 좋은 한국시장의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5월 이후 미국 뮤추얼펀드 환매는 총자산의 1.68%에 이르는 417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한단계씩 낮아지고 있는 것도 최근 외국인 매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세계경기가 회복국면이라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이머징마켓 시장에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나빠지는 상황에서는 이머징마켓이 오히려 위험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권시장의 호황을 염두에 둔 자산 재배분전략으로 매도공세를 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승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도는 미국주가 폭락에 따른 대규모 환매에도 원인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금리 상태에서 채권시장 호황을 염두에 둔 주식과 채권의 자산배분 수정차원의 성격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 어떤 종목 팔았나
올들어 외국인은 지수 800 이상 고점에서 주식을 팔기 시작하며 차익을 챙겼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들어 전체 순매도 금액의 64.4% 가량을 지수 800~900포인트대에서 정리했다. 지수하락 전에 차익을 충분히 챙긴 것이다.
종목별로 보면 올들어 이달 13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3조8,599억원이었으며 이어 SK텔레콤ㆍ현대차ㆍ삼성전기ㆍ삼성SDIㆍ포스코 등 국내증시 간판주들이 대부분 매도의 표적이었다. 세계경기 둔화가 매도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만큼 수출 관련 대형주에 매도세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2% 가량 지분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대주주들이 우량주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매도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지분을 늘린 것이다.
지분율이 크게 늘어난 회사는 INI스틸로 ISC케이만이 7월3일 13.81%의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7월24일에는 4.14%를 추가 취득해 17.95%의 지분을 확보했고 대구은행은 JF에셋매니지먼트에서 9.55%의 지분을 늘렸다.
▶ 외국인 매도공세의 끝은 어디인가
지수가 700선까지 하락하며 일단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
미 증시 불안감과 경기둔화라는 악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의 매매전략은 공격적인 매도보다는 눈치를 보며 차익이 발생한 종목은 팔고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종목은 사들이는 소극적인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문광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이 지수 700선까지는 현금비중을 확대하고 매도에 치중했는데 이 지수 밑에서는 시장참여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며 "정보기술(IT)을 비롯한 실물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고 국내시장의 수급상황도 좋지 못해 당분간 적극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시점은 언제일까. 전문가들은 FRB가 경기둔화를 인정하고 있어 오는 9월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며 이 시점이 외국인 매수 전환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경기둔화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9월24일 열릴 FRB 이사회에서는 금리인하와 통화공급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경우 현금유동성이 커지며 미 증시의 안정과 함께 외국인 순매수를 통한 국내증시 안정도 함께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