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ot 이슈] 정당성 논란 커지는 엘리엇의 삼성물산 합병 반대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하며 제일모직·삼성물산 간 합병 반대를 선언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움직임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삼성물산 주주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합병에 반대한다"는 게 엘리엇의 공식 입장이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현물로 배당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삼성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제안을 하며 시세 차익을 챙기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법한 절차를 밟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헤지펀드가 흔들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봤을 때 엘리엇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무산시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삼성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배구조 전반에 대해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 합병비율 문제 있나 : 엘리엇 '편향적 잣대' 주장도

현재 엘리엇은 1대0.35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합병 반대의 핵심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대로라면 삼성물산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물산 주식 1주당 모직 주식 0.35주를 받게 된다. 양사의 주가를 기준으로 한 합병 비율이다. 하지만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1·4분기 삼성물산의 총자산(연결기준)이 29조6,175억원에 이르는 반면 제일모직의 자산은 8조3,893억원에 불과해 삼성물산 주주가 손해를 입는다는 게 엘리엇 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 대해 분명한 반론도 존재한다. 엘리엇의 주장이 도리어 편향적 잣대에 기울어져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물산의 주력 분야는 건설업인데 건설업은 특성상 외상의 일종인 매출채권 등의 비중이 높아 자산가치를 저평가 받는 경우가 많고 또한 자산가치가 반드시 기업의 시가총액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제일모직 주가가 자산가치보다 '고평가'돼 삼성물산 주주가 손해를 보게 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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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상사와 건설업이 주력인 삼성물산의 실적이 좋지 않았고 지주사로서 잠재력을 가진 제일모직에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2. 물산 주주 손해 보나 : 성장성 높이면 소액주주 '이익'

삼성물산 주주들이 양사 합병에 따라 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도 나온다. 주주 가치 훼손을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는 엘리엇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예측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떠돌던 합병 이슈 소멸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장점도 있다"며 "합병을 통해 양사가 시너지를 내 성장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합 삼성물산은 의식주휴(衣食住休)에 바이오를 더한 시장 선도기업으로 탈바꿈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을 6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해외거점이 취약한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이 삼성물산의 128개 해외 거점과 시너지를 내 지난해 대비 매출을 5배 이상 수직 상승시킬 계획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또한 삼성의 대표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앞으로 삼성그룹 안에서 '헬스·바이오' 사업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최근 각각 외국인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해 통합 회사의 이 같은 비전을 집중 설명하고 있다.

3. 엘리엇은 문제 없나: 지분매입 과정 통정매매 의혹

재계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대표적인 의혹이 이른바 '통정매매' 가능성이다. 통정매매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사전에 가격을 짜고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를 뜻한다.

실제로 엘리엇은 합병 반대를 공시하기 전인 지난 3일 하루에만 삼성물산 지분 2.17%를 집중 매입했는데 이는 당일 삼성물산 전체 거래량의 81.5%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통상 이 같은 블록 거래가 이뤄지면 주가가 상승하기 마련인데 이날 삼성물산의 주가는 도리어 500원 하락하며 6만3,000원에 마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정황은 충분히 의심을 불러올 만하다"며 "통정매매와 같은 위법활동을 하면서 주주 가치 보호를 외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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