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시아파 최고 성일(聖日)인 2일 발생한 동시다발적인 폭탄 테러로 이라크는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소수민족 쿠르드족과 미군 협조자를 겨냥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지난 달의 테러와 달리 이번 테러는 이라크 최대 종파인 시아파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충격과 파장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배경
사담 후세인 집권시절 반정부 시위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수 십년 동안 기념행사조차 열지 못했던 시아파는 올해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이라크 치안불안을 원하는 세력들은 이 행사를 시아파 공격의 기회로 삼아왔다. 후세인 축출 이후 주도권을 쥐고 있는 다수파 시아파와 후세인 집권시절 집권파에서 현재는 소수파로 전락한 수니파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
실제로 지난 달 미국정보기관은 알 카에다와 연계된 요르단 출신 무장단체가 시아파 기념행사를 전후로 시아파를 공격해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내전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비밀 문건을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테러가 후세인 정권 붕괴 후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아파를 견제하고 순조로운 주권이양을 방해하려는 후세인 전 대통령 추종세력이나 외국에서 유입된 테러조직 등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아흐메드 찰라비 과도통치위원이 이끄는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인타파타 칸바르 대변인도 "후세인 추종세력과 외국의 테러조직이 감행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근 합의한 이라크 기본법이 시아파의 요구사항을 대폭 반영한 것에 대한 저항의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충격과 파장
미군측은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테러에 대비해 성지인 카라발라나 바그다드의 치안병력을 크게 늘렸었다. 폴란드군 등을 카르발라에 배치했으며, 이라크 경찰과 미군을 총동원,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군은 이번 테러를 막지 못해 시아파 기념행사를 테러의 장으로 만든 셈이 됐다.
이라크의 최대 종파인 시아파의 최고지도자 알 시스타니의 대변인은 이날 "미군이 치안확보를 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무시했다"면서 비난했다. 이번 테러로 이라크인들의 미군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엔이 최근 가까스로 정리한 이라크임시헌법에 따른 주권이양 절차가 차질을 빚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르발라가 이라크 남부지역이어서 한국군의 파병지역인 키르쿠크와는 거리상으로 멀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군의 안전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국내 및 각국반응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등 각 종파 대표자로 구성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테러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과도통치위원회는 3일 동안의 추도기간을 갖기로 결정했으며, 사고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도 약속했다.
아랍연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아파를 겨냥한 폭탄테러는 아슈라의 참뜻을 망각한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라크에서 발생한 테러참사로 이익을 보는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 뿐"이라며 "이번 테러는 이슬람에게 불화의 씨를 심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내무부도 "40~50명의 이란인 순례자들이 부상하거나 순교했다"면서 "국경지역의 모든 응급 구호기관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갔으며 부상자를 수송하기 위해 구급차를 국경으로 급파했다"고 밝혔다.
미군측도 "이번 공격은 비겁한 테러리스트들이 한 짓"이라며 "부상자들을 위한 모든 의료지원 등을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며 사태진정에 애를 썼다.
<정원수 기자 nobleli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