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약사회서 검찰까지 밥그릇싸움" 비판… 정부 갈등조정役 실종

정권말 권력누수… 이익집단·권력기관 잇단 집단 반발<br>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추진 이익단체 반발에 지지부진<br>檢-국회 '중수부 갈등'에도 靑·법무부 아무런 언급 없어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을 다시 분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의약품 구입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의약품의 상당수를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던 정부가 정치권과 이익단체(약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국민 편의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저축은행의 비리를 조사하던 검찰이 돌연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검찰관계법소위원회가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 방안을 합의한 데 따른 항의 차원이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여야가 '오해 받을 짓을 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조직의 이해를 위해 검찰이 본분을 내팽겨쳤다'는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여당의 4ㆍ27 재보선 패배 이후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익집단과 권력기관의 집단 반발이 우후죽순 격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권력기관 개혁이나 경제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익집단 반발에 서비스 산업 선진화 무력화=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영리병원 허용, 외국교육기관의 본국 과실송금 허용과 함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핵심 정책이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현정부 임기 내 도입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ㆍ약사 등 해당 이익집단의 반발과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 허용 문제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간 입장이 서로 달라 지지부진한 경우다. 이에 따라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크게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이 이익단체의 집단 이익에 끌려다니며 '헛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 정부가 이익단체의 집단 이기주의를 견제,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을 축소시킨 데 따른 '자업자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약사들과 국민편익을 추구하는 시민단체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시민사회를 억눌러온 현정부가 혼자서 북치고 장구까지 치려니 중재가 안 되는 것"이라며 "다음 정권이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 사활 건 검찰, 정치권과 정면 대결 불사=올 들어 검찰과 청와대, 넓게는 검찰과 정치권의 관계도 예전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스폰서 파문'으로 체면을 구기고 '청목회 수사'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였던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수부의 직접 수사기능을 폐지하겠다는 사개특위의 발표가 나오자 검찰은 지금껏 진행해왔던 부산저축은행 관련 수사를 중단하고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검 고위 간부들은 국회의 합의를 "노골적인 수사 방해"라며 직접 비난하고 나섰다. 이 같은 검찰의 움직임은 '중수부 폐지'를 다시 꺼내든 여의도에 대한 강한 반발일 뿐 아니라 제 식구를 지키지 못할 경우 조심스럽게 살아나고 있던 검찰 조직의 자존심이 단번에 무너질 것을 우려한 대응으로 보인다. 만약 검찰이 수사를 재개한 후 여야는 물론 청와대 핵심인물도 소환해 구속할 경우 정치권과의 기싸움은 수위를 더해갈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의 행보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올 8월로 마무리되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임기를 들기도 한다. 김 총장이 자신의 임기를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시기'로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등의 지시를 배제하고 끝장수사를 주문할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두 달 후면 조직에서 떠나는 김 총장이 띄운 승부수가 공교롭게도 권력이 새어나오는 정권 상황과 맞물려 레임덕을 재촉하고 있다. ◇정치권 "정부 기강 해이" "각자 나름 근거 있을 것" 상반된 입장=물론 이익집단과 검찰의 집단 반발을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4ㆍ27 재보선 이후 레임덕 증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집단 이익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 정책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하거나 개혁을 거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야당은 정부의 기강 해이를 지적하는 반면 여당은 단순한 집단 반발로만 볼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의 반발에 대해 "직무유기, 조직 이기주의"라며 "만약 국방개혁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군인이 총을 버리고 집에 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가 막힌 건 이 정부의 기강이 어디로 갔는지 청와대와 법무부가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책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반발은) 각자 나름대로 근거가 있을 것"이라며 "당으로서는 한쪽에 휩쓸리지 않고 논의를 통해 국민 이익을 위해서만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단순히 권력누수에 따른 자기 살 길 찾기로 볼 것이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꽤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따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레임덕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공무원들이 여야 유력 후보에게 줄을 서는 등 관료 사회마저 복무 기강이 해이해지면 레임덕 증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