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세정책 기조가 흔들린다

건설경기 활성화 명분 '보유세 강화' 혼선<br>연결납세제 도입등 세제개혁도 잇단 차질<br>"각종 조세감면 조치 일관성 상실" 지적도

조세정책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라는 명분에 지나치게 휘둘리면서 곳곳에 뒤엉켜 있다. 최근에는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라는 정책기조마저 흔들리는 흔적도 발견되고 있다. 연결납세제 등 3년 가까이 진행돼온 세제개혁은 세수(稅收) 부족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시행조차 못하고 연기됐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 세미나에서 “과세표준을 현실화하면서 부동산 거래세 부담이 늘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거래세 인하 방침을 밝혔다. 이틀 후 당정협의에서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에 따라 실거래가로 신고하되 세부담이 늘지 않도록 취득ㆍ등록세율(5.8%)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조세정책의 큰 틀은 불과 한달도 안돼 바뀌었다. 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거래세 부담 완화의 방법으로 이른바 ‘오른 만큼 깎아주는’ 감면방식으로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제 합리화는 물론 형평성의 원칙에 금이 갈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시키는 순간이었다. 이 부총리가 밝힌 종합토지세의 상승 부담 최소화 방침은 ‘설익은 정책’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종토세는 1,000만명이 넘는 납세자들의 이해가 엇갈린 ‘아줌마 세금’으로 조금만 정책 혼선이 와도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는 세목. 이 부총리는 20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10월에 토지분 재산세(종합토지세)가 나오는데 과표 인상으로 인해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세율체계를 합리적으로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로서는 부동산 시장 위축과 재산세 파동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도그마로 삼아온 ‘보유세 강화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실무자인 세제실장은 부총리의 발언을 30분도 채 안돼 번복했고 ‘진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기업들의 세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마련한 연결납세제의 시행과정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연결납세제와 파트너십 제도 등의 시행방안을 내놓았다. 내년 시행을 위해 실무적인 검토작업까지 이미 마무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는 최근 사실상 전면보류로 방향이 바뀌었다. 세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임차 차입금의 이자비용 소득공제 정책 등이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세정책이 현실을 뒤따라가다 보니 정책을 입안하는 실무 관료들 스스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셈이다. 각종 조세감면 조치들도 일관성을 적지않게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비롯, 임시적인 특례규정으로 정해놓은 감면제도들이 뚜렷한 기준 없이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며 세제 단순화라는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동시에 세수 부족 등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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