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내 첫 원전 고리 1호기 37년만에 폐로] 일본 사고·납품비리에 불신 커져… "안전·경제성보다 정치논리" 논란

정부, 정치권 압박·여론에 떠밀려 안전성 평가도 안거쳐

무조건 원전반대는 전기료 부담·온실가스 등 값비싼 대가

앞으로 15년간 원전 10기 폐로 결정 앞둬 갈등 이어질듯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번 권고는 2017년 6월을 마지막으로 국내 최초의 상업 원전인 고리 1호기를 해체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구 정지라는 의미에는 폐로 후 원전을 완전히 해체해 자연상태로 복원하라는 의미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 권고를 받아들여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 운전 신청을 하지 않고 해체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가동이 중단되면 약 15~30년에 걸친 해체작업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후쿠시마 사태, 원전 납품 비리가 폐로 결정적 요인=정부가 영구 정지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고리 1호기가 위치한 부산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원전 전문가와 한수원 기술진은 고리 1호기가 기술적 안정성 측면에서 10년 더 가동돼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수원이 자체 평가를 보면 고리 1호기는 원자력안전법상 기준 158개 항목 대부분을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수명을 10년 연장했을 때 보는 경제적 이익도 최대 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고리 1호기와 동일한 노형인 미국의 원전 6기 가운데 5기도 안전성 평가를 받아 계속 운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진데다 관리주체인 한수원의 직원들이 금품을 받고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을 납품 받아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이 여론의 등을 돌리게 했다.


장문희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이제 원전에 대해서는 찬반이 아니라 반대의견만 있을 정도"라며 "후쿠시마 사태와 납품비리 등으로 원전 관리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 탓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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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평가 없이 폐로, 절차 무시 논란=문제는 정부의 권고로 고리 1호기가 안전성과 경제성을 따져보지도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점이다. 정상적인 절차는 사업자인 한수원이 원안위에 계속 운전을 신청해 기술·안전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 원안위가 계속 운전과 폐로를 결정해야 맞다. 한수원은 지난해만 해도 고리 1호기의 안전과 경제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두 번째 계속 운전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술렁이는 부산 민심에 떠밀린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정부는 절차도 무시한 채 고리 1호기의 폐로를 권고했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여론을 너무 의식했다고 생각한다"며 "안전성을 따져볼 기회도 못 가진 채 폐로를 권고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노후 원전에 대한 논란은 이제부터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계속 운전 승인 후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가 2022년 수명을 다하는 것을 비롯해 15년간 10기의 원전이 계속 운전과 폐로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무턱대고 원전을 반대한다면 화력발전소 의존도를 높여 온실가스 배출의 악순환은 물론 비싼 전기료 부담 등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더욱이 전력 수급상 모든 원전을 차례대로 폐로하기에는 너무 비용이 커 앞으로 노후 원전 폐로와 계속 운전을 둘러싼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 학회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이제 국내 원전들은 계속 운전이 가능해도 안전성과 경제성을 따져볼 수도 없이 나이 많은 순대로 줄줄이 폐로할 수도 있다"며 "여론에 떠밀려 폐로를 할지, 갖춰진 폐로 절차를 지킬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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