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질기게 참고 견디며 살아야 했던 한 여자의 슬픈 일상을 그린 김이설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윤영의 끔찍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섣부른 절망이나 희망을 얘기하는 대신 아직은 도망갈 곳 없는 일상을 지독하게 그린다. 공부하는 남편 대신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윤영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하고 아무리 일을 해도 궁핍한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힘들어진다. 구석으로 내몰린 윤영은 결국 몸을 팔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타락의 길에 빠진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윤리적인 선택을 포기했지만 오히려 더 윤리적인 인간이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던지고 싶었다"며 "내 글의 일관된 주제는 삶의 이야기,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을 너무 코너에 몰아넣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늘 센티멘탈리즘을 경계해왔고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며 "주인공을 타인화시키는 게 내 글쓰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설을 읽고 쓰는 것은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인지,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자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진 것은 몸 하나밖에 없는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했다"고 집필배경을 털어놨다. 제목 '환영'은 어서 오라고 반갑게 맞이하는 일상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오늘도 내일도 계속 찾아오는 고단한 현실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왕자와 공주 같은 소비지향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품 내용이 너무 가혹해 오해도 많이 받는 편"이라는 저자는 "하지만 두 자녀를 뒀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다만 주변 현실에 촉각을 세우며 작품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