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실없이 ‘거품’만 늘었다/GDP성장률 2분기 6.3%의 의미

◎상품수출 증가율 24.9% 불구 수익성은 낮아/재고증가 10% 수준… “회복국면 아직 이르다”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괴리가 너무 심하다. 한보사태로 촉발된 경제계의 위기감이 기아사태에 이르러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경제성장률은 늘 예상을 웃돌고 있다. 5%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던 1·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5%로 나왔고, 6%에 못미칠 것으로 봤던 2·4분기 성장률은 6.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할만큼 경기가 좋았던 것은 물론 아니다. 지난해부터 「재고증가에 따른 거품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수익성 악화와 부도유예 파문속에서도 생산활동이 꾸준했고 물량위주로 계산되는 수출부문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내실은 전혀 별개라는 얘기다. 우선 수출이 2·4분기 성장을 주도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2·4분기 상품수출 증가율은 24.9%, 용역수출증가율은 20.0%에 이른다.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의 수출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데 힘입은 결과다. 문제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24.9%만큼 좋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는데 있다. 수출물량증가는 제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전기전자, 화학제품의 생산이 수출호조에 따라 크게 늘고 수송장비생산도 자동차의 수요증가에 힘입어 활기를 띠면서 중화학공업 성장률이 11.2%에 달했다. 1·4분기의 8.7%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반면 95년 3·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해온 경공업은 2·4분기에도 4.8% 감소, 업종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의 재고증가율은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진입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된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재고증가율을 근거로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당분간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제조업 재고증가율은 지난 1월 15.5%에서 점차 하락, 지난 6월엔 10.7%까지 떨어졌다. 과거의 예로 볼 때 바닥을 치고 올라갈 때의 재고증가율은 6∼7%수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은은 『재고증가율이 8%대로 떨어져야 경기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간소비증가율은 1·4분기 4.4%에 이어 2·4분기 4.8%를 기록, 6.3%의 경제성장률을 훨씬 밑돌고 있는데 이는 결국 내수침체를 장기화시키고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는 2분기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7.2%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1·4분기 마이너스 1.6%, 2·4분기 마이너스 1.5%로 급락했다. 6.3% 성장으로 나타난 2·4분기 경제성적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보, 삼미의 연이은 부도와 진로, 대농의 부도유예가 몰고온 파장이 경제성적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한은은 기아사태의 여파로 금융대란설이 나도는 상황에서도 올 연간 성장률을 당초 예상치인 6.0%보다 높여 잡고 있다. 지표만 갖고 경기회복을 점칠 수 없는게 현실이다.<손동영 기자> □전문가 의견 ◎김영대 한국은행 이사/밑바닥경기 상당기간 지속 가능성 반도체 철강 등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출이 성장을 지지하는 양상이다. 경기저점과 관련, 1·4분기보다 높아진 2·4분기 성장률만 놓고보면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1·4분기에 비해 0.8%포인트나 높아졌지만 그 차이만큼 실제 경기가 좋아진 건 아니다. 민간소비는 여전히 GDP성장률을 밑돌고 설비투자는 2분기째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수출의 경우도 물량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일 뿐이다. 실제 기업의 수익성과는 괴리가 크다. 특히 비교시점인 지난해 2·4분기의 수출이 워낙 안좋아 상대적으로 24.9%라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을 따름이다. 어쨌든 일단 경기하강은 멈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강중단이 곧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밑바닥 경기가 횡보를 계속하며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5년 경기 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됐을 때처럼 이번 경기침체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재고도 여전히 문제다. 재고증가율이 6∼7%대까지 떨어져야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예상할 수 있는데 아직은 10%를 웃돌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 연구위원/현실과 괴리된 경제지표 혼란가중 수출이 급증한데 힘입어 외형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에 따라 기업들의 이윤이 함께 늘어나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수출이 증가할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결국 금융불안까지 몰고오는게 지금 현실이다. 2·4분기 GDP 집계를 보면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외형은 건강한 듯 하지만 금융이나 노동부문의 탄력성이 결여돼 있는 등 경제의 비효율성이 심각하다. 수치상의 거시지표만으로 경제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도 경제지표와 현실의 괴리는 계속될 것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오히려 혼돈을 가중시키는 상황인 셈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지표는 곧 우리경제의 비효율성을 상징한다.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좋게 해석하면 경기침체의 골이 생각만큼 깊지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냉정히 분석하면 경기회복이 그만큼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복합불황을 생각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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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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