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폭폰을 아시나요'

'조폭폰을 아시나요'알려지지 않은 '휴대폰 문화'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휴대폰 가입자 수는 2,6000만명에 이른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휴대폰을 들고다닐 정도로 휴대폰은 이제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 깊숙히 자리잡았다. 이같은 휴대폰의 대중화는 새로운 문화와 이야기 거리를 낳고 있다. 휴대폰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들을 알아본다. ◆조폭폰을 아시나요 LG텔레콤의 「019 YES서비스」는 일명 「조폭폰」혹은 「묻지마 폰」으로 불린다. 조폭(조직폭력배)폰은 선불로 일정금액을 내기만하면 신용불량자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경찰의 추적을 피해야 되는 조직폭력배나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묻지마 폰은 일반 가입자의 경우 대리점을 통해 가입신청서를 작성, 자신의 신분 노출이 불가피하지만 이 서비스는 본인이름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 신분노출이 전혀없이 가입과 해지가 무척 자유로운데서 연유됐다. 이 서비스는 단말기만 있으면 전화 한통화(019-200-8272)로 가입은 물론 해지도 가능하다. 사용한도는 본인이 미리 지불한 금액내에서 이뤄진다. 1만원~10만원까지 5가지 금액이 있다. 수시로 요금충전도 가능하다. 매달 1만6,000원 정도씩 내야하는 기본료와 5만원의 가입비 등도 전혀 없다. 한달에 만원만 내도 이 금액만큼 이용할 수 있다. LG텔레콤의 한길양 차장은 『원래 자녀의 무분별한 통화량을 막고싶은 부모들을 위해 내놓은 상품이지만 전화번호를 수시로 바꾸길 원하고 신분노출을 꺼리는 폭력배나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이용자는 『가입 및 개통때 본인 명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이미 통화료를 선불로 지급한 관계로 누가 이 휴대폰을 사용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데다 도·감청이 완전 봉쇄된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사용이유를 밝혔다. ◆비상연락 허점 노린 요요서비스 한국통신프리텔은 최근 10대들을 위한 상품인 「요요서비스」를 이용한 한 학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요요서비스는 부모 동의아래 만 19세이하가 가입가능하고 월 사용료가 2만1,000원에 100분 무료통화를 할 수 있다. 이 금액과 사용시간을 넘으면 발신은 불가능하고 착신만 가능해 청소년의 무분별한 통화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이 학생의 경우 휴대폰사용요금이 무려 90만원대에 육박했다. 원인을 알아보니 이 서비스에 부가된 비상연락전화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상품은 2만1,000원을 사용하면 발신을 자동으로 중단하지만 비상연락을 위해 집이나 학교 등 단 1개의 전화번호로는 통화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비상사태에 대비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학생은 비상연락번호를 수시로 바꿔 등록, 일반통화가 제한돼도 바꾼 비상연락번호를 계속 사용한 후 회사측에 『이런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통보했다. 이 회사 김우식(金禹植)전무는 『비상연락번호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것인데 일부 사용자들은 이런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2,700만에 육박하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우리 사회의 풍속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단면들이다. ◆시험걱정없다 휴대폰 회사원 이상민씨는 최근 딸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통지서를 하나 받았다. 「학교 일과 시간에 휴대폰 사용을 못하게 조치하오니 학부모님의 협조를 당부드린다」는 내용.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묻자 『휴대폰이 이성교제나 컨닝의 주요 수단으로 변질돼 학생들의 학교내 사용을 금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기능을 통해 휴대폰을 이용한 이성교제나 컨닝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것. 청소년 뿐 아니다. 요즘 공무원시험이나 토익시험 등에서는 아예 시험직전에 핸드폰을 감독관에게 반납 후 시험장에 들어가야 한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무선인터넷이 활성화돼 휴대폰 활용이 음성에서 메시지위주로 변하면서 휴대폰을 이용하는 모습도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귀에 대는 문화」에서 「앞에 놓고 두드리는 문화」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컴퓨터 문화에 익숙해 일부 청소년들은 휴대폰 기판 두드리는 속도가 분당 300타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5개 이동전화 회사가 휴대폰 메시지 빨리보내기 경연대회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청소년 문화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살아가는 모습을 바꿔가고 있는 휴대폰. 또다시 어떤 생활모습을 강요할지 주목된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입력시간 2000/07/07 10:50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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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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