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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선수권 3관왕 최복음 “3월 나올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돼야죠”
볼링 국가대표 최복음(광양시청)은 ‘반전남’이다. 덥수룩한 머리에 안경 속 반달 눈만 보면 많게 봐야 고등학생. 그런데 실제로는 스물일곱에 내년이면 애 아빠가 된다.
11년째 태극마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지난 1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끝난 세계남자볼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개인종합, 2인조, 5인조)에 올랐다. 덕분에 한국 볼링 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세계남자선수권 종합우승(금 4, 동메달 4개)의 쾌거를 이뤘다. 볼링 최강국 미국(은 3, 동메달 1개)을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렸다.
아부다비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내와 두 번째 신혼여행을 떠난다는 ‘볼링천재’ 최복음을 17일 인터뷰했다. 이날 저녁 출국한 그는 “2012년 결혼했는데 사정상 제주도로 짧게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 이번에 태국으로 1주일간 다녀오려 한다”며 “세계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내 더 기분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세 살 연상인 아내 강혜은씨도 볼링 국가대표 출신. ‘선수촌 연애’ 끝에 결혼해 천안에 살고 있다. 부부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나란히 금메달을 딴 ‘금메달 커플’이기도 하다. 최복음은 “교제를 시작한 스무 살 때부터 결혼 상대라고 생각하고 만났다.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번에 딴 금메달 3개는 아내와 3월이면 태어날 딸 ‘주복이’에게 바친다고 했다.
최복음은 한국 남자볼링의 간판이다. 고등학생이던 2004년 국가대표로 뽑힌 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 2개, 2008 세계남자선수권 2관왕,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등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5인조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손목 부상으로 인한 개인전 14위의 아쉬움은 이번에 아부다비에서 씻은 셈이다. 케빈 돈베르거 국제연맹 회장이 “5관왕까지 오를 수도 있었다”고 직접 칭찬할 정도로 최복음은 월등한 기량을 뽐냈다. 경기에 매료된 아부다비 관계자들은 대회 기간 최복음이 속한 한국 대표팀을 별도 차편으로 관리했다. “아시안게임 때부터 손목이 안 좋았다. 다른 선수에게 짐이 될까 봐 이번 대회는 불참도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최복음은 “코치·감독님, 동료들이 믿어줘 결국 나가게 됐는데 현장에서 운도 따랐다”고 말했다. 볼링은 레인 바닥에 오일을 바르는 패턴의 영향이 큰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패턴에 배정받았다는 것이다. 시상식 때 애국가를 크게 부르기로 유명한 최복음은 아부다비에서도 애국가를 열창했다. “시상대는 올라갈 때마다 뿌듯함과 감사함이 새로워요. 당연히 크게 불러야죠.”
볼링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쳐보고 곧장 빠져들었다. “공이 굴러가 핀을 때리는 그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볼링 입문 한 달 만에 전남도지사배 초등학생 대회에 나가 6게임 평균 177점으로 우승했다. 천재의 등장에 지역 볼링계가 발칵 뒤집혔고 최복음은 자연스럽게 볼링선수가 됐다. 극히 드문 왼손 선수라 오일의 영향을 덜 받는 장점도 갖췄다. 최복음은 볼링 입문 후 300점 퍼펙트 횟수가 통산 40~50회나 되는 ‘미스터 퍼펙트’다. 아시안게임(광저우)에서도 12연속 스트라이크로 300점 만점을 찍을 만큼 담력이 강하다. 그는 “타이밍만 괜찮으면 하루에 2~3번씩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학창 시절 내내 아침에 6㎞, 점심 먹고 30분 동안 달리기를 쉬지 않아 최복음은 하체 밸런스가 좋다. 담력과 튼튼한 하체로 퍼펙트 행진을 펼쳐왔다. 대회 한 달 전엔 손목 근력 운동뿐 아니라 상·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루 2시간30분씩 한다.
최복음이 볼링을 떠났던 시간은 2011년 허리 디스크로 재활에 매달렸던 6개월뿐이다. 언제까지 볼링을 계속하고 싶으냐고 묻자 주저 없이 “평생”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겹지 않으냐는 말에도 그는 “볼링이 너무 좋다”고 했다. 볼링이 아니었다면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목회를 했을 것 같다는 그는 “2020년이나 2024년 올림픽에 볼링이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며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올림픽 출전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최복음은 내년 미국프로볼링(PBA) 투어 진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열어놓고 있다. “어디서든 곧 태어날 첫딸 주복이한테 자랑스러운 아빠가 돼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