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범위 줄이되 가격 12억달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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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매각협상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 9월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국내외 공장과 판매법인들에 대한 실사작업을 마치고 본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지속해온 미 제너럴모터스(GM)와 대우차 채권단 양측은 최근 기본 골격에 합의, 막판 실무작업을 벌이고 있다.
본계약은 기본적으로 기존 MOU의 큰 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GM은 MOU 체결 당시 인수하기로 했던 해외법인들 중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해외법인에 대해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큰 폭의 인수대금 인하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채권단의 완강한 반대로 금액과 관련해서는 일단 양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GM측이 해외법인 중 상당수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고 이에 대해 채권단 역시 인수대금의 삭감만 없다면 '당초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본계약서에는 상당수 해외법인들이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MOU와 비교해볼 때 '인수범위는 축소ㆍ인수대금은 유지'라는 매각구조가 예상되는만큼 양보해 준 GM측에 어떤 '선물'이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인수가격 큰 변화 없을 듯
GM은 MOU를 체결할 당시 대우차 영업권 및 자산을 인수하는 대가로 ▦12억 달러의 우선주를 지급하고 ▦해외법인 차입금 중 3억2,400만 달러의 부채를 인수하며 ▦5억1,000만 달러의 영업부채도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대우차의 자산ㆍ부채를 인수하면서 약 20억 달러를 지급하는 셈.
이후 GM은 인수대상 국내외 공장 및 해외법인들에 대한 정밀 실사를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해 12월 중순 본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채권단과 대우자동차측에 제시했다.
이때부터 해외법인들의 우발채무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GM은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해외법인 중 상당수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매각가를 큰 폭으로 인하토록 채권단에 요구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물론 받아들일 수 없었다. MOU 체결 당시 이미 논란이 됐던 헐값 매각 시비도 문제지만 채권단 스스로 채권보전 차원에서도 인수대금을 깎아 줄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밀고당기기가 계속돼왔으나 최근 GM측이 한발 물러서면서 인수가격은 당초 안대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원래부터 GM이 제시한 인수대금은 대부분 국내 공장들의 자산 인수에 드는 비용"이라며 "몇몇 해외법인을 인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인수대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해외법인 인수범위 축소는 불가피
GM은 당초 대우차의 ▦창원ㆍ군산 승용차 공장과 ▦부평공장 애프터서비스(A/S) 및 연구개발(R&D)부문 ▦총 30개 판매법인 중 동구권 8개 법인을 제외한 22개 법인과 ▦15개 해외생산법인 중 베트남과 이집트 등 2개 법인을 인수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밀 실사 후 일부 해외법인에서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GM은 판매법인 중 상당수와 생산법인 1곳을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채권단측에 전달했다.
채권단은 당초 이러한 GM의 요구에 반대해왔으나 최근 인수가격에 변함이 없다면 우발채무 보전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해외법인을 떠 넘길 필요는 없지 않겠냐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 우발채무 가능성이 높고 규모도 큰 법인은 제외하는 쪽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단, GM이 일부 해외법인들을 인수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우발채무 보전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은 쟁점 중 하나이다.
채권단은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부 손실보전은 가능하지만 '일정기간 동안 전액 보전'하는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부평공장 생산량 보장은 힘들 듯
채권단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부평공장 문제. 일단 MOU에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해 설립하는 신설회사가 부평공장을 통해 엔진, 변속기 및 부품을 공급받는 식으로 활용하게 되고 이후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이를 인수한다고 합의를 본 상태.
채권단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본계약에 일정수준의 생산물량과 관리운영비 보장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GM측은 향후 수요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산물량과 관리비용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설령 보장한다 해도 '최소의 물량과 비용을 보장한다'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설법인 설립 후 단순한 고용승계가 아니라 '앞으로의 인위적인 정리해고 금지'를 요구하고 있는 대우차 노조와의 임단협 개정 문제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향후 전망
매각 협상의 커다란 가닥이 잡힌 이상 본계약 체결도 가시권으로 들어온 상태다.
대우차나 채권단 모두 4월 안에는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대우차 고위 관계자는 "그 동안 쟁점이 돼왔던 사항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합의를 본 상황이기 때문에 빠르면 다음달 초에 본 계약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지난 2000년 1월 21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대우자동차 매각추진을 결의한 이후 2년 2개월에 걸친 대장정은 마침내 끝나게 된다.
최윤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