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 귀여운 아기가 '상품'이라니…

베이비 비즈니스<br>데보라 L. 스파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br>대리출산·난자매매등 '아기 시장' 충격적 분석<br>"정치·법률적 정비로 더 나은 환경 조성" 주장



섬뜩하고 불경스럽다. 아기를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삼다니.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데보라 L. 스파가 정의하는 베이비 비즈니스란 유아용품 산업 혹은 유아 교육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불임치료, 난자ㆍ정자 매매, 시험관 아기, 대리 출산, 인간 복제, 입양 등 한 생명 또는 온전한 인격체에 관한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어떤 이들은 입에 담는 것조차 용납하기 힘든 주제에 저자는 칼날을 들이댄다. 지난 2004년에 미국인 가운데 어떤 이유로든 불임 치료를 받은 인구는 100만명. 같은 해 불임 치료 시장 규모는 30억달러(약 2조 8,000억원)에 육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 세계 정자 수출 시장의 연간 규모는 적게는 5,000만 달러에서 1억달러에 달했다. 심지어 인터넷과 같은 대중 매체에는 건강한 과테말라 갓난아기를 입양하는 데 드는 총 비용이 2만5,000달러라는 공공연한 가격표(?)까지 나돌고 있다. 대리모와 계약을 맺는 비용은 5만9,000달러며 최고급 난자는 5만달러까지 호가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저자는 이른바 "부모에게 자신의 아이를 키울 능력을 제공하는 행위"로 정의내린 '베이비 비즈니스'의 역사적 진화 과정과 전 세계 첨단 산업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베이비 비즈니스의 성장과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저자는 줄기 세포 연구, 대리출산, 난자 스와핑(교환), 국제 입양, 인간 복제는 물론 부모의 취향에 맞는 아기를 만드는 베이비 디자인 등 민간하면서도 충격적인 주제들 사이를 오가면서도 베이비 비즈니스의 실상과 문제점들을 파헤친다. 베이비 비즈니스의 역사는 대리모가 언급된 성경의 창세기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공연한 베이비 비즈니스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01년 미국에서 4만1,0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시험관 아기 시술로 태어났고 이 가운데 6,000명 가량이 기증 난자에서 태어났다. 2003년에 미국인들은 세계 각지에서 2만1,616명의 아이를 입양했다. 저자는 이 아이들은 결국 어떤 의미에서든 '구매'된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상품'으로서 아이는 상상할 수 없지만 엄연히 시장이 존재하고 이 시장에서 아이들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난자와 정자는 물론 자궁과 유전자, 고아가 판매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람들은 큰 이윤을 얻는다. '베이비 비즈니스'는 이 시장이 좋다거나 나쁘거나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저자는 아이를 사고 파는 시장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면 우리는 일단 이 시장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나 일부 단체의 고루한 시선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고객은 아이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병원이나 연구소, 의료기관, 아동복지재단 등에서는 아이에 대한 애타는 이 욕망을 충족시켜줄 공급 능력과 의지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에 대한 상업 규정은 물론 소유권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길이다. "세상에는 건강보험시장, 교육시장을 포함해 온갖 종류의 시장이 있고 일반적으로 이 시장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기를 원하는 수요가 있고 아기를 대주는 공급이 있고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는 중개인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앞에는 본직적으로 두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첫번째는 베이비 비즈니스를 유감스럽게 여겨 그 소멸을 요구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미 생겨난 시장을 수용하면서 앞으로 더 나은 시장이 되게 힘을 기울이는 방법이다." 저자가 선택한 답안은 물론 두번째다. 베이비 비즈니스를 더 나은 시장이 되게 하는 방식으로 저자는 두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시장 자체를 상업적 특질을 갖추도록 고치는 것과 "정치적 법률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제품, 즉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를 만들어 내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다. 파격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주제를 진지하면서도 충실하게 다룬 저자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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