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약저축자 '길은 넓어도 갈곳 없다'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신청할 수 있는 「국민주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국민주택이란 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한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는 주택. 과거 전용18평(분양 24~26평형)까지 기금지원대상이었으나 지난달 15일부터 전용 25.7평(분양 32~35평형) 주택으로까지 확대됐다. 저축 가입자들도 30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적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몫은 늘지 않고 있다. 포장지는 커졌는데 막상 알맹이는 없는 꼴이다. ◇30평형대 국민주택이 없다=다음달초 실시될 서울시 8차동시분양에서는 7개 업체가 10개 지역에서 총 3,443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실시된 7차동시분양에 단 1개업체가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서울에서는 국민주택기금지원대상 확대조치가 사실상 처음 적용되는 셈이다. 이번 분양물량중 こ중랑구 묵동(현대산업개발) こ영등포구 당산동(효성건설) こ양천구 목동(㈜대원) こ은평구 수색동(대림산업) こ성동구 성수1가(㈜건영) こ관악구 봉천동(현대건설) 등에서 1,093가구의 30평형대 아파트가 포함돼 있다. 바뀐 규정에 의하면 이 아파트들은 청약저축가입자들의 몫. 하지만 실제로 저축가입자들에게는 이중 단 1가구도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업체들이 기금 지원신청을 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림산업은 수색동 아파트중 25평형(전용18평) 256가구조차 기금지원을 받지 않을 계획이어서 3,000가구가 넘는 물량중 저축가입자가 신청가능한 아파트는 전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왜 공급되지 않나=주택건설업체들은 30평형대 아파트에 기금 신청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금리」를 들고 있다. 주택은행은 현재 전용 18평 이하 국민주택에 대해서는 연리 8.5~9%, 18~25.7평은 9.5%의 기금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30평형대 아파트가 받는 9.5%의 금리는 현재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주택담보·중도금대출금리보다 크게 유리할게 없다. 굳이 까다롭고 복잡한 신청절차를 거쳐 기금지원을 받을 필요가 업다는게 업체들의 입장이다. 주택업체들이 전용 18평이하 아파트 조차 기금신청을 하지 않는데도 이유가 있다. 바로 분양가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모든 아파트의 분양가를 자율화하면서도 18평이하 국민주택에 대해서만은 규제를 풀지 않았다. 기금지원을 받으면서 분양가 규제를 받느니 차라리 기금지원을 받지 않는게 낫다는게 업체들의 판단이다. ◇올해 서울시내 국민주택 공급이 전무하다=저축가입자들에게 더욱 불리한 것은 국민주택 공급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7년 서울지역 동시분양에서 공급된 1만9,605가구의 아파트중 국민주택은 13%인 2,616가구였다. 하지만 지난해 실시된 11차례 동시청약에서는 국민주택이 475가구에 불과했다. 전체 8,640가구의 5.4%였던 것. 올들어서는 더욱 심각하다. 3,069가구가 공급되는 동안 국민주택은 단 1가구도 없었다. 청약예금·부금가입자들이 목좋은 아파트를 차례로 분양받는 동안 저축가입자들은 그저 통장만 쥐고 「남의 잔치」를 구경만 한 꼴이다. ◇어떻게 해야할까=6월말 현재 서울시 거주 청약저축 가입자는 11만8,138명. 서울지역 아파트 신청자격이 주어지는 수도권 가입자 8만5,293명까지 까지 포함하면 20만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 서울시내에서 국민주택 공급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빠른 시일내에 30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고 싶은 저축 가입자들은 지금이라도 과감히 예금으로 전환하는게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더욱이 분양가자율화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분양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기다리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편 저축가입자가 예금으로 전환하려면 통장 가입후 2년이 지나고 납입인정금액이 각 예금별 예치금액을 넘어야 한다. 단 94년8월15일 이전 가입자중 기당첨사실이 없는자는 납입인정금액이 예치금액보다 적어도 모자라는 금액만큼을 추가예치하면 예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정두환기자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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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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