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레바논 국제지원그룹 회의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을 논의했지만 "추후 논의를 계속해나가겠다"고만 했을 뿐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국 외무장관 대화에 관여한 프랑스의 한 고위급 인사는 "그들(러시아)로서는 삼키기 어려운 알약이 있다"는 말로 협상교착 상태를 설명했다. 그 알약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다. 미국 등 서방국은 이번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측 외무장관을 참여시켜 담판을 지으려 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 과도정부의 합법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케리·라브로프 장관은 6일 리비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간다.
외교적 해법 논의완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대러 제재 방안에 대해서도 서방국 간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이란·미얀마 등에 적용됐던 고강도 경제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은 미온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는 EU이며 EU 역시 러시아가 제3위 교역국이다. 특히 네덜란드(759억달러, 지난해 대러 무역 규모), 독일(749억달러), 이탈리아(539억달러) 등은 러시아와의 경제적 셈법이 복잡해 대러 제재 카드에 쉽사리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요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연관돼 있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게 가능하지만 반대측 역시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고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을 전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논의가 경제적 현실이라는 어려운 벽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실제 러시아의 한 상원의원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제재를 검토 중인 서방권을 향한 보복조치로 러시아 내 유럽·미국 회사들의 자산동결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EU 정상들은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 논의에 나섰다.
한편 서방권에 맞서 러시아는 중국과 손잡고 반서방 공동전선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것을 두고 둘의 '신밀월' 관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매개로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은 오는 5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양국이 서방국에 맞선 '유사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