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석용 해태제과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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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20년 가까이 다니던 피앤지(P&G)라는 회사에는 ‘뉴욕타임스 룰’이라는 것이 있다.
이 규칙은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라도 미국의 최대 신문인 뉴욕타임스의 1면에 기사화됐을 때 부끄러움 없이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는 행동 규칙이다. 비단 법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법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업이 갖고 가야 할 가장 큰 덕목이자 의무는 바로 도덕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의 의무는 도덕성
최근 우리 기업에 도입되고 있는 성과주의, 그리고 업적 중심의 치열한 내부경쟁은 규정을 어겨서라도 업적을 상승시키고 싶어하는 유혹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 성과주의의 발로는 아마도 학창시절 입시라는 경쟁구도에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어디 그때뿐이겠는가. 졸업 후 기업에 입사 할 때 또 입사 후 승진 등으로 이어진다.
지속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1초, 2초의 차이가 1등과 2등을 가르고 1점, 2점의 차이가 당락을 결정한다. 따라서 그 미세한 차이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확연하게 바뀌는 뼈아픈 경험을 한 젊은이들은 잠시 법을 어기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부정부패가 만연돼 있는 현실도 이런 ‘성과주의’와 ‘업적주의’의 어두운 뒷면을 묵인해주는 배경이 된다. 나만 깨끗하게 살아가면 계속 손해만 볼 것 같은 위기의식이 생기게 되고 또 내가 깨끗하게 행동한다고 누가 알아줄까 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정한 짓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한 사람들이 버젓이 잘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의를 믿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것처럼 거짓말 한 사람이나 죄를 지은 사람은 언젠가 꼭 벌을 받을 것이며 남을 배려하고 법을 지키며 성실하게 노력한 사람은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라는 동화 같은 진실을 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기대어 기업을 키워나가는 일이나 직원이나 공급업체에 군림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일,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지키지 않는 일은 아무리 교묘하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날지라도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법이 의도한 정신까지 지켜나갈 때 그 기업은 반드시 성공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이다. 또한 지금은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같이 느껴질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도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과 같은 좋은 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믿는다.
개인의 강한 성취욕이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욕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에 등장하는 라자 코팔란 스승의 말을 기억 한다.
“음식에 소금을 넣으면 간이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오.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넣으면 안되는 법이오.”
고객과의 약속 지켜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생 속에 엑스트라나 조연으로 출연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은 내가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하고 내가 주인공인 영화와 같다. 그러나 주어진 기회는 단 한번뿐인 영화. 그래서 자신이 만드는 영화가 더 의미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순간의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영화를 떠올려봤으면 한다. 자신의 인생이 한편의 영화이고 누군가 자신의 인생을 영화를 감상하듯 보게 되며 또, 그 누군가가 자신의 아들이자 딸이라면 어떨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누구도 어떤 결정에 있어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디 우리 모두의 삶이 수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깨끗한 생각, 깨끗한 행동으로 채워지기를, 언제 어느 때 누가 들여다본다고 해도 떳떳할 수 있는 삶, 또 그 삶을 지켜려하는 의지를 가꿔나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