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의 대북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에서 '정전협정 파기' '전면전 준비' 같은 발언을 쏟아내는 등 안보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한 때 국방부 장관 자리를 장기간 비워둘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 법 조항을 따져도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여부와 상관없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안보상황이 우려된다고는 하나 비공식적으로나마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가동했고 난항을 거듭하는 정부조직법의 해법을 찾기 위해 여야 모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합의도출에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까지 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이 또다시 정면돌파의 강수를 내민다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김 내정자가 장관으로서 필요한 현실인식을 지녔는지도 의심스럽다. 장관이 되겠다는 이가 청문회에서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딱 2개 성공했다" "팔고 나서 더 오르는 것을 보고 가슴이 매우 아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민들은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을 그가 "청렴하다"고 주장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런 김 내정자를 감싸는 대통령의 의도를 진정 모르겠다.
새 정부가 성공하려면 여당은 물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금 같은 안보위기 상황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모처럼 조성된 정치권의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야 한다. 아무쪼록 박 대통령이 포용의 정치를 통해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국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지혜로운 선택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