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간의 피’를 먹고 사는 화초

● 뮤지컬‘리틀샵 오브 호러스’


막이 오르면 무대는 어두침침한 도시의 뒷골목 스키드 가(Skid Rawㆍ파멸의 길)에 있는 작은 꽃집. 은밀한 욕망과 야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피어 오른다. 모든 불행이 그렇듯 처음에는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어느덧 마음 깊숙이 들어와 인간을 파멸의 길로 들어가게 만든다. 가게 점원 시모어(김학준)는 꽃집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 소망이다. 하지만 그의 속 마음은 반대다. 멋진 여자와 멋진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영화에 나오는 그런 남자를 꿈꾼다. 일식이 있던 날 시모어는 꽃 시장에서 우연하게 이상하게 생긴 화초를 얻어 같은 가게 직원으로 짝사랑하는 오드리(소민)의 이름을 따 ‘오드리풀’(김태희)이라 부르며 애지중지한다. 피를 먹고 자라는 오드리풀에게 처음에는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 피를 주지만 점점 더 커지는 오드리풀은 시모어에게 성공을 보장해주겠다며 더 많은 피를 원한다. 성공의 달콤한 맛을 본 그는 오드리를 괴롭히는 치과의사 남자친구를 죽여 화초에게 저녁식사를 차려준다. 시모어는 ‘실험적 화초 전문가’로 변해 연일 미디어 인터뷰로 바쁜 나날을 보내자 꽃집이 유명세를 타 장사도 불티난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시모어라는 것을 가게주인 무쉬닉(이석)이 알게 되자 시모어는 그마저 죽인다. 시모어는 화초를 없애야겠다고 결심하고 오드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오드리마저 오드리풀의 희생자가 되고 그도 화초 잎 속으로 뛰어든다. 극중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서적 결핍상태다. 시모어는 고아출신으로 학교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콤플렉스로 자신의 속내를 꼭꼭 감춘 심약한 청년이며, 치과의사 오린은 인간의 고통과 아픔을 보며 쾌락을 찾는 사이코. 그런 남자친구를 떠나지 못하는 오드리는 자신을 ‘쓰레기’ 같은 존재로 여기는 듯하지만 속 내는 돈 많은 치과의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싶어한다. 가게 주인인 무쉬닉(이석)은 전형적인 자린고비 유태인으로 돈이 그에게는 신이다. 작품은 뮤지컬이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 섬뜩한 장면들로 공포감이 전해지기도 한다. 시모어가 치과의사를 토막 내 화초에게 주는 장면은 인형이지만 끔찍하다. 오드리풀의 변신도 볼거리다. 네 번이나 탈바꿈하며 움직이기도 하고 ‘피를 달라’고 말도 하는 화초의 마지막 변신은 인간들에게 잠재된 욕망의 잘못된 표출이 가져오는 재앙과 불행을 경고하는 듯 하다.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556-8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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