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부의 무능한 공기업 통제


"직원 입장에서는 솔직히 내년에 경영평가를 잘 받는 게 더 속상한 일이 될 것 같아요."(A공기업의 한 직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임원과 부장급들이 성과급과 임금인상분을 연쇄적으로 반납하기로 한 것을 놓고 말이 많다. 이들 공기업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방만 경영 등이 집중적으로 지적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성과급 등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반납하겠다고 한 금액은 총 50억~6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올해 반납할 성과급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공기업 성과급은 경영평가 C등급 이상에서만 지급되는데 쇄신안을 발표한 석유공사ㆍ광물자원공사ㆍ한국수력원자력ㆍ석탄공사 등은 올 평가에서 모두 D~E등급을 받아 성과급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이들이 반납하겠다고 밝힌 성과급은 모두 내년에 경영평가가 C등급 이상을 받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실현되지도 않은 성과급을 내놓겠다고 한 것인데 내년에 경영평가가 올해처럼 C등급 이하로 나오면 쇄신안 발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허황된 쇄신안이 발표된 것은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보여주기식' 공기업 통제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국감에서 포화를 맞자 몸이 달은 산업부가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받을지 안 받을지도 모르는 내년 성과급을 토해내라고 밀어붙인 것이다. 호통을 치던 국회의원에게 보여주기에는 이런 조치가 약효를 발효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정부 스스로 공기업 경영을 통제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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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정부가 수년간에 걸쳐 만든 경영평가 시스템의 취지가 훼손됐다. 이런 식으로 공기업들이 일률적으로 성과급을 반납하게 되면 평가등급이 높아질수록 토해내야 하는 돈도 많아진다. 기획재정부는 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주고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그 돈을 다시 토해내라고 하니 참 기막힌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기존 평가 시스템을 확실히 개선해서 공기업 성과급 지급방식 등을 제대로 손보는 것이 맞다. 비공식적으로 주무부처가 압력을 넣고 공기업이 마지못해 따라가고 마치 그것이 자율적인 쇄신안이었던 듯 포장되는 후진적 공기업 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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