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러운 '빠른 00년생'

대학생인데 버스ㆍ극장 요금은 성인… 술ㆍ담배는 청소년

지난 3월 대학에 입학한 김모(18)군은 버스를 탔다가 요금 문제로 기사와 언쟁을 벌였다. 대학생이지만 95년 1월생이라 법적으로 미성년자인 덕에 최근까지 청소년 요금을 지불했는데 버스 기사가 언성을 높이며 추가요금을 낼 것을 요구해서다. 잔돈이 없었던 김씨는 결국 이미 지불한 요금도 환불 받지 못한 채 버스에서 내려야만 했다.

김군은 빠른 년생인 탓에 학교생활에서도 지장을 받는다. 주로 술집에서 이뤄지는 동아리나 학과 모임에 참석하는 게 자유롭지 않아서다. 김씨 때문에 술집에서 수차례나 쫓겨난 터라 다른 동기나 선배들의 눈치가 보여 얼마 전부터는 아예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김군은 "빠른 년생 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들에 제한을 두면서 왜 돈을 낼 때에만 성인 취급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올 한 해 동안 계속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빠른 년생을 미성년과 성인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요금을 낼 때는 성인으로 분류하면서 술ㆍ담배 등에서는 미성년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시외버스 등의 요금 적용기준은 각각의 버스터미널이 책정하게 돼 있다. 이러다 보니 터미널이나 티켓 판매자에 판단에 따라 요금이 바뀌기도 한다. 빠른 년생인 대학 1학년 박모(18)양은 "최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한 판매원이 '원래 성인 요금을 내야 하는데 오늘만 봐주겠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버스 요금 외에 공연이나 영화 등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공연은 청소년 할인이 아닌 초ㆍ중ㆍ고생 할인으로 진행된다. 주민등록증이 아닌 학생증을 지참해야만 할인혜택을 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보니 빠른 년생들은 할인 혜택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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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도 청소년 요금을 책정하고 있지만 이를 고등학생 이하에만 적용하는 실정이다. 복수의 극장 관계자는 "나이에 관계 없이 대학생이면 무조건 성인 요금을 내야 한다"며 "요금 할인의 기준은 나이가 아닌 신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놀이공원 입장료는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명확한 규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요금에 있어서는 성인으로 분류되는 빠른 년생이지만 정작 성인의 영역인 술이나 담배에는 발을 들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2조 1항은 '청소년'을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빠른 년생은 청소년으로 분류되기에 술이나 담배 등을 이용할 수 없다. 빠른 년생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부분이다.

빠른 년생은 정부가 초등학교 취학연령 기준을 3월 1일로 정한 데서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여러 논란의 원인으로 작용하자 지난 2009년부터는 1~12월생 아동은 같은 학년으로 입학하게 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공포됐고 빠른 년생은 사라졌다.

하지만 올해 대학에 입학한 빠른 95년생을 포함해 앞으로도 빠른 96년~08년생들은 같은 문제를 겪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1995년생을 포함해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들은 8만여명에 이른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할인은 법적인 근거가 아닌 해당 업체 등에서 자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준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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