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7일] 노동시장 개혁해 고용촉진을

대졸 고용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권. 세계 최고의 학력을 자랑하는 우리 국민들이 고용현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씁쓸한 실상이다. 통계청이 최근 우리나라와 OECD 국가들의 고용통계를 비교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졸 이상 고용률은 76.8%로 터키(76.1%)에 이어 끝에서 2번째(29위)로 평가됐다. 터키는 회교권 국가이기 때문에 여성의 고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꼴찌라 봐도 무방하다. 어렵사리 대학 공부를 한 우리의 아들딸들 4명 중 1명은 취직을 못 하거나 포기하고 있으니 개인ㆍ가정으로서는 정말 속 터질 일이고 국가로서는 이런 국력 낭비가 없다. 대졸 고용률이 낮은 이유로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학력 인플레이션과 고질적인 고학력 여성인력의 낮은 고용률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용 없는 경제성장’과 ‘고용 없는 수출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통상적으로 경제성장과 수출증가는 고용 및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왔는데 세계화 및 노동절약적 기술의 진전으로 이러한 상관관계가 약화됐고 최근 들어서는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서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999~2007년 매년 3.1~9.5%의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수출은 2003년 이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도 국민들이 고용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지수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고학력 인력의 고실업 현상이 앞으로 개선되기보다는 악화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세계적인 경제침체 등 외부요인에다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더 비중을 두겠다는 정부의 정책 변화, 그리고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춘 우리 기업들의 자구노력 등을 감안하면 고용여건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건과 환경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독일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일본ㆍ미국을 제치고 수출 1위의 자리를 줄곧 지켜온 수출강국이다. 독일의 수출액은 지난해 1조2,000억달러로 19.2%의 연간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도 1조5,000억달러로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2,3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냄으로써 지난 1952년 이후 55년간 무역흑자를 지속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독일의 수출은 전체 GDP의 45%를 차지하는 경제의 버팀목이자 성장의 원동력이다. 이러한 독일도 불과 몇 년 전까지 수출호조가 내수 및 고용 증가로 연결되지 못해 경기침체와 고실업을 감내해야 했다. 슈뢰더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하르츠 개혁’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2002년 페터 하르츠 폭스바겐사 상임이사를 중심으로 재계ㆍ학계ㆍ정계ㆍ노동계 등 각계 전문가 15명으로 ‘하르츠 위원회’를 구성, ‘독일 노동시장 현대화를 위한 최종보고서’를 마련했고 슈뢰더 총리는 여기에 노동ㆍ사회 부문 개혁방안을 가미해 ‘어젠다 2010’을 발표했다. 하르츠 개혁의 핵심은 해고요건 완화, 민영 시스템을 반영한 연방고용알선기관 신설, 중소기업 조세감면, 퇴직연금보험 연령 조정(65세→67세), 의료 서비스 개혁, 기업훈련 촉진, 취학 전 아동교육 강화 등이다. 이러한 조치가 효과를 내면서 동유럽으로 이전했던 독일기업들이 되돌아오고 중소기업 창업이 활발해져 실업문제가 현저히 개선되고 있다. 우리가 ‘라인강의 기적’에서 경제 고도성장의 교훈을 얻었듯 이번에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고학력 실업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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