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홈네트워크 표준을 정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쉽게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지털 홈 워킹그룹(DHWG)’ 2차 총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한달 뒤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로 이름을 바꾼 이 그룹은 삼성전자ㆍLG전자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ㆍ마쓰시타 등 회원사 140여개를 가진 세계 최대 홈 네트워크 표준화 단체. 이번 서울 총회 개최는 전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잘 확인해준다.
홈네트워크 시장 쟁탈전이 뜨거운 가운데 삼성ㆍLG전자 국내 업체들이 국제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전략적 제휴나 국제 협력체 등을 통해 세계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한편 해외 시장 공략에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제 표준 선도한다=
삼성전자는 8개사로 구성된 DLNA 이사회 멤버 중 하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표준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반면 패배한 기업은 로열티 부담 등으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 멤버는 디지털 가전 표준 확정, 신규 회원사 선임 때 의결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로서 위치를 굳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일본 소니 등 7개사와 공동으로 리눅스 기반으로 홈네트워크 표준 OS(운영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력체인 CELF(Consumer Electronics Linux Forum)도 구성했다. 디지털 선두 기업으로서 이미지 제고는 물론 미래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잇달아 마련한 것.
LG전자도 지난 3월 미국 인텔과 홈네트워크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양사는 제휴를 통해 홈네트워크 기술 및 솔루션개발, 표준화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한편 차세대 미디어 기기 개발에도 적극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LG전자는 또 DLNA 회원사로서 세계적 업체들과 교류를 강화하는 한편 ‘UPnP 워킹 그룹’ 등과도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LG전자는 또 지난 4월 미국 MS와 홈네트워크 분야에서 양사 최고 기술책임자의 정례 모임을 통해 홈네트워크 분야에서 표준 선정 및 연구개발(R&D)협력 관계를 강화키로 합의했다.
표준 채택 등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AV 기술인 ‘XHT’를 오는 6월 미국 가전협회(CEA)에 표준기술로 상정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최근 열린 유니버설 플러그앤플레이(UPnP) 포럼에서 자사 기술을 표준으로 제안했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박차=
LG전자는 지난 2000년 인터넷 냉장고를 출시한 이후 인터넷 세탁기ㆍ가스오븐레인지ㆍ전자레인지ㆍTV 등을 잇따라 상용화했다. LG전자는 현재 홈네트워크 가전 제품을 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중국 등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해 중국 롄상ㆍTCLㆍ콩카 등 5개 현지 업체로 구성된 중국 홈네트워크 표준화 모임에 패널로 참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 관계자는 “중국 3억5,000만 가구 중 10% 정도가 잠재적 홈네트워크 고객”이라며 “이번 표준 참여로 미래 가전 시장을 선점, 2005년 매출 100억 달러를 달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또 지난 3월 중국 1,300여 세대 최고급 아파트에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기로 하고 시행사인 ‘바이스다(百仕達) 실업유한공사’와 함께 계약식을 체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전시회를 통해 홈네트워크 제품과 솔루션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실제 대규모 수주는 LG전자가 처음”이라며 “해외 시장 진출을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2002년 말 스페인 현지 최대 통신사업자인 텔레포니카와 함께 홈네트워크 시연장을 오픈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 1월 싱가포르 정부가 실시한 30가구에 대한 홈네트워크 시범사업 사업자로 선정됐고 홍콩 인터저 하우스의 홈네트워크 전시장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