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창원 지역 112개 태권도장들로 구성된 창원시태권도협회의 카르텔(담합) 행위를 적발했다. 이 협회는 지난해 태권도장 수련생의 월 회비를 7만원에서 8만원으로 일괄적으로 올렸고 승품ㆍ단 심사비는 3만원씩 인상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단순히 시정명령을 내리는 데 그쳤다. 생계형 카르텔에까지 과징금을 때렸다가는 “가뜩이나 불황이라 힘든데 서민들을 다 죽인다”며 원성을 들을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역의 작은 업체에 만연한 생계형 카르텔의 처리를 놓고 공정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대기업의 카르텔에 대한 단속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한’ 차원의 영세 사업자는 제재 수위가 마땅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방위에서 카르텔 제보 급증=공정위에 따르면 굵직한 카르텔 사건이 사회 이슈화하면서 셀프세차장ㆍ독서실ㆍPC방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가격담합 신고가 늘고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인터넷뿐만 아니라 전화를 통해 일주일에 여러 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 담합, 시중은행들의 수수료 담합, 제약업계의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관행, 인터넷 포털업체의 담합 등에 대한 잇따른 조사로 국민들의 카르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히 대기업 카르텔의 피해는 피부로 느끼기 힘들지만 실생활의 담합 행위는 눈에 보이는데다 생활비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손쉽게 제보나 신고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생계형 카르텔은 예식장ㆍ태권도장ㆍ학원ㆍ유치원ㆍ부동산중개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서울ㆍ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전지역에서 적발되고 있다. ◇생계형 카르텔, 처벌 수위 마땅찮아=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카르텔 제보가 이어지면서 공정위는 적발해놓고도 처벌 수위에 대해 고심 중이다. 생계형 카르텔의 경우 담합 규모가 작아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내리기도 난감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군산 지역 5개 예식장업체가 2005년 11월 상호 협의를 통해 기본 예식비와 사진ㆍ비디오촬영비, 드레스 대여료 등의 가격을 담합한 게 적발됐지만 이들에게는 시정명령과 모두 2억1,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자의 담합 행위도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면서도 “제재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일부 소규모 업종이나 지방에서는 아직까지 카르텔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 것도 처벌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카르텔을 적발하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권오승 공정위 위원장도 최근 서울경제와 대담에서 “대전에서 레미콘 사업자들이 담합을 해 누가 주도했느냐고 물었더니 사장 한 분이 당당하게 손을 들었다”면서 “마치 어려운 일을 솔선수범해 해결하고 사회공헌을 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며 인식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