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기술력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하고 산업의 혁신에너지가 국가경제의 성쇄를 결정한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참여하게 된 것도 기술력과 수출에 바탕을 두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세계 제1의 IT강국을 이룩했고 반도체, 통신단말기, 조선, 자동차, 철강 등 기간산업은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13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그러나 경제강국이나 `아시아의 용`의 자리는 도전을 받고 있다. 첫째는 중국으로부터 도전이다. 중국은 100달러대의 임금, 무노조, 9억명의 잠재실업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세계시장 1위인 상품은 우리가 76개인데 비해 중국은 460개에 이른다. 작년도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은 우리가 3.0%에 머문 반면 중국은 10.5%로 약진했다. 중국은 작년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개방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술집약형 첨단산업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둘째는 우리 내부로부터 도전이다. 21세기 디지털경제가 급진전되면서 글로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도 많은 부문에서 우물안에 머물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일본의 57%에 불과하나 지난 수년간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노동생산성 증가를 웃돌고 있다. R&D투자는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11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노사문제는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이 조사한 30개국중 30위로 전락했다.
이같은 시점에서 참여정부가 과학기술중심사회 건설을 국정지표로 삼은 것은 평가할 일이다. 과학기술중심사회란 과학기술이 지속가능한 국가발전과 사회진보의 원천으로 작용해 사회복지 및 삶의 질 향상이 실현되는 사회를 말한다. 기술혁신을 통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지방성장 동력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적 마인드 확대로 전문가가 존경받고 합리적인 사고와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체제를 혁신해 나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첫째,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과학기술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GDP의 3%이상을 순수R&D에 투자하고 정부예산대비 R&D투자 비율을 현재의 4.7%에서 2007년까지 7%로 늘린다. 또한 민간의 연구개발투자를 현재 매출액대비 2.3%에서 5%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조세ㆍ금융 등의 지원을 확대한다.
둘째, 대학을 지역혁신의 주체로 육성하며 지방의 과학기술혁신 역량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지역별ㆍ산업별로 차별화된 산ㆍ학ㆍ연 협력모델을 개발해 적용한다. 이공계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고시 정원을 늘리고 과학기술인의 사회지도층 진출기회를 확대한다.
셋째, 전국적인 과학문화 확산사업을 추진하고 과학문화예산을 2007년까지 R&D예산의 3%로 확대한다. 국민이 참여하는 과학기술정책 추진을 위해 생명윤리, 안전, 환경 등 사회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의 국민참여와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행정전반에 과학기술적 마인드를 확산한다. 그밖에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과 연구개발투자 효율화를 위한 종합조정기능을 강화한다.
마(魔)의 1만달러의 벽을 넘어 8년째 후퇴와 전진을 계속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청사진은 매우 획기적이다. 문제는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첫째의 관건은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다. 정부는 2000년 대통령 신년사에서 2003년까지 정부예산의 5%까지 R&D투자를 확대한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둘째는 인력의 문제다. 정부는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여러 처방을 하고 있으나 지난 3월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지가 “1960∼70년대 과학기술인 우대정책 및 청소년들의 이공계 선망분위기는 1980∼9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을 낳았다. 그러나 2000년대초 이공계 기피현상속에서 2010이후의 한국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다시 한번 음미해야 한다.
끝으로 과학과 기술의 균형발전이다. 연간 7%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07년 GDP가 현재보다 2,200억달러가 늘어야 한다. 이는 신기술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으며 기존산업의 질적 고도화가 관건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기술도 중요하나 당장 기업의 기술을 상업화하고 디자인을 개발하여 이를 수출로 연계하는 산업기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희범(서울산업대학교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