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과대포장 '벤처천억클럽'

454곳 작년 매출 101조… 이미 큰 30~50년 기업도 벤처정책 덕?<br>확인제도 1998년 시행 뒤 설립 업체는 155곳에 불과<br>GDP 기여도도 7.1% 기록… 이노비즈기업 245곳 겹쳐


지난해 매출(단일기업기준) 1,000억원 이상인 '벤처천억클럽' 454개사가 총 101조2,000억원의 매출 실적을 달성,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7.1%를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평균 업력이 21.7년에 달하는데다 벤처 확인제도가 시행된 1998년 이후 설립된 기업은 169곳에 불과, '벤처천억클럽'의 성과를 1990년대 후반 만들어진 벤처정책의 산물이란 해석이 과장됐거나 산업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새롭게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56개사를 포함, 454개 벤처기업이 연간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중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은 팬택, 넥슨코리아, 네이버, 모뉴엘, 파트론 등 8개사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제외로 집계대상에 다시 포함된 코웨이를 포함, 전년보다 3곳 늘었다.

◇50~70년대 창업기업도 벤처정책 수혜?=이번 통계에는 벤처확인제도가 시행된 1998년 당시 이미 업력 30~40년에 달하는 전통 제조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1998년 이후 창업한 기업은 169곳에 그쳐 40%에도 미치지 못 했다.


심지어 금양(1955·이하 설립연도), 대한약품공업(1963), 케이피에프(1963), 이연제약(1964), 삼익THK(1965), 대륙제관(1966) 등 30년 이상 장수기업은 96곳이나 됐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454개사의 평균 업력은 21.7년이다. 이미 뿌리를 탄탄히 내려 성장세를 타고 있던 기성 기업들이 벤처인증을 받았다는 이유로 실리콘밸리식 벤처창업의 성공으로 둔갑시키는 건 너무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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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한 관계자는 "(이번 벤처천억 통계는) 사람으로 치면 중장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벤처 확인을 받은 기업 성과까지 포함한 분석결과"라며 "한국 벤처 생태계의 성과로 연결시키기도 어렵거니와 1950~1980년대 기업들이 후배 벤처기업에 롤모델로서 상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기준이면 이노비즈 천억기업도 재계 6위=중기청에 따르면 '벤처천억기업' 총 매출의 GDP 기여도는 2004년 1.61%(68개사)에서 지난해 7.1%(454개사)로 높아졌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도 2,22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2% 증가, 중소기업(4.6%), 대기업(0.6%) 평균 성장률을 크게 웃돈다는 분석이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경기 침체에도 이들 기업의 총 매출액이 13.5% 증가해 삼성, SK, 현대차, LG에 이은 재계 5위 그룹 규모의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준을 다른 기업혁신 인증에 적용하면 다른 인증과 관련육성책들 역시 큰 기여를 한 셈이 된다. 예를 들어 벤처 확인제도와 함께 혁신기업 인증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이노비즈기업중 매출 1,000억원 이상인 380개사의 총 매출은 74조7,588억원으로 GDP의 5.2%를 차지한다. 재계 6위 수준이다.

결국 이미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거나 사업기반이 튼튼해 경제성장과 더불어 외형이 확대되고 있는 기성 기업들이 나중에 벤처, 또는 이노비즈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 만으로 온전히 이들 기업의 성장이 관련 정책의 덕이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얘기다. 또 이노비즈천억기업과 벤처천억기업을 비교해보면 245개사가 겹친다.

이에 대해 남 회장은 "내가 경영하는 다산네트웍스도 1993년에 창업했지만 벤특법 이후 많은 정책의 수혜를 입으며 성장했고 업력이 오래된 천억벤처기업도 마찬가지"라며 "벤특법 제정 이후의 기업들의 성과만 따로 살펴볼 수 있도록 조사를 이원화할 수 있지만 1997년 이전 창업기업들의 성과를 벤처정책의 성과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정화 중기청장도 "본격적인 벤처정책이 만들어진 것은 1990년대 후반이지만 1980년대부터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지원정책이 나왔고 벤처천억기업은 이 같은 정책의 수혜를 입은 기업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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