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랩, 수수료가 전부인가

최근 여의도 증권가가 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수료 문제로 떠들썩하다.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은 자문형 랩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이를 내리면서 공세에 나섰고 삼성∙대우∙우리투자증권 등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측에서는 수수료를 내릴 계획이 없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수수료 전쟁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해 6월 대형증권사 강남지점에서 자문형 랩에 가입한 여모(57)씨는 "수수료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고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거둔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며 "수수료를 낮춘다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증권사를 옮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보다 솔직한 얘기를 듣기 위해 평소 안면이 있는 증권사 지점장에게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이 바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인가 보죠. 그것 때문에 고객들이 해지한다거나 하는 경향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수수료를 내린다면 고객들에게도 좋은 것인데 왜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것일까. 자문형 랩의 가입자들은 고액자산가가 대부분이고 그중 상당수는 강남투자자들이다. 최저가입액도 3,000만~5,000만원에 달한다.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들의 특성을 '자신의 자산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느냐'로 요약하고 있다. 수수료 비용보다는 '내 재산의 보호와 증식'이 최우선 과제라는 의미다. '서비스'의 내용도 필요하다. 얼마 전 휴일에 서초동 서래마을에서 식사를 하다가 건너편 건물에 내걸린 모 은행 PB센터의 선전문구 중 '멤버십 간 결혼상담 및 알선'이라는 게 눈에 확 들어왔다. 그것을 보자 얼마 전 만나던 한 증권사 PB의 말이 떠올랐다. "고객이 자신의 딸 사진을 들고와 마땅한 배우자가 없냐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럼 무조건 찾아서 연결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슈퍼맨이 돼야 합니다." 최근 랩어카운트 자산이 급증하게 된 배경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런 '서비스'가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최근의 논란처럼 자문형 랩의 수수료가 낮아지는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수수료 인하보다 중요한 게 실력과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 수수료를 낮춘 증권사들이 이러한 능력을 갖추었는지는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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