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증권시장 흐름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유통주식수가 급감하면서 블루칩 중심의 종목슬림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 해외변수로 선물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기관화 장세가 지속되면서 기술적 분석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 전문가들의 장세전망이 종종 빗나가 개인투자자들이 매매 타이밍을 놓치는 등 투자판단에 혼선을 겪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원천은 순매수세를 보이면서 좀처럼 종목을 갈아타지 않는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초유의 저금리 현상이라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이 전통적인 기술적 분석에 의한 장세전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삼성전자 등 핵심 블루칩의 유통물량이 감소하면서도 이들 종목이 장세를 주도하는 한편 하락전망이 지배적인 시기에도 의외의 지수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증시가 한차례 더 하향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비웃듯 7일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 이같은 현상을 반증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난 5월25일부터 시작된 상승장세가 2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 있는 740~750포인트를 돌파하지 못하고 하락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수는 지난 1일 750포인트를 가볍게 넘고 2일에는 770포인트도 돌파했다.
외국인들은 투자한도가 철폐된 후 IMF로 급락한 국내 우량 상장기업들의 주식을 지난해부터 대거 사들이면서 좀처럼 물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5조7,234억원의 순매수를 보인 데 이어 올들어 1일 현재까지 2조6,152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여 총 8조3,386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수하게 매입했다. 이는 8조원 이상의 주식이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다른 요인은 저금리. 지난해 연말부터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저금리 정책이 증시변화의 한 축이 되고 있다. 고금리에 길들여진 시중자금을 투신권의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속속 유입시킨 것이다. 주식형 수익증권 판매액은 1일 현재 2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무려 15조원 이상 증가했다.
투신권에의 자금유입은 주식매수 확대로 이어졌다. 투신사들은 지난해 6,897억원의 순매도를 보였으나 올들어 1일 현재 5조6,452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탁민식(卓民植) 동원투신 이사는 『한전·포철·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종목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들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일단 증권전문가들은 증시가 이번에 상승세를 지속함으로써 다시 강세장으로 전환됐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전환할 경우 전고점(814포인트)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단기급등에 따른 경계심리와 유상증자 물량,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여전히 증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한다.
LG증권 관계자는 『지수의 상승압력이 하락요인보다 강하다』면서 『하락하더라도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배 기자 LJB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