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출 늘리자니 부실 걱정… 기업 사정 뻔한데 회수도 부담"

[中企 '눈물의 세밑'] ■ 中企 대출 딜레마 빠진 은행들<br>소비침체 본격화 예상따라 대출정책 방향 놓고 고민<br>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 내년 돈가뭄 불보듯 대출 빈익빈부익부 심화

경기침체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중소업체의 공장 정문이 굳게 닫힌 채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대출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은 27일 "내년도에 중소기업대출 정책을 어떻게 짤지 정말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축소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고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입을 것이 뻔한 탓이다. 정부 시책대로 지원에 동참하자니 자칫 잘못되면 부실책임이 돌아올 것이고, 그렇다고 무작정 회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임원은 "비약일지 모르지만 은행판 '죄수의 딜레마'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기업ㆍ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주요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부분을 놓고 보면 내년에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괜찮은 중기에는 돈을 더 갖다 쓰라고 하는 반면 사정이 나쁜 곳은 대출을 옥죌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상황에 따라 중기대출 증가폭을 크게 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 중기대출 회수 나서나=정책적으로 중기대출 목표를 세우는 기업은행은 내년에 대출공급(만기연장+신규) 목표치를 35조원 수준으로 잡았다. 34조원인 올해보다 더 늘려잡은 셈이다. 내년에 시중은행들이 대출공급을 줄이거나 상당수 업체들이 자금난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명목 경제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안팎에서 중기대출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은행 전략담당자들의 말을 빌리면 은행들은 하나같이 내년에는 소비침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년도 중기대출 정책과 관련해 '회수'에 무게를 둬야 할지, '추가 공급'에 우선순위를 둘지 고민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온 중기대출을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선ㆍ건설 등 관련 분야에 있는 중소기업은 우선 감시대상이다. 신한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기업의 어려움이 하청업체에 전가되고 이는 소비감소를 불러오게 되는데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자영업자들도 본격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만기가 돌아온 기존 대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음식ㆍ숙박업 등 예의 주시=국민은행도 내년 중소기업 업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음식ㆍ숙박업, 건설, 부동산 공급, 임대 등 경기민감업종을 신경 써서 보고 있다"며 "대출을 회수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반도체ㆍ자동차 등 대기업 하청업체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 있는 중기들은 내년에도 돈을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에는 양극화가 굉장히 심해질 것"이라며 "대기업 하청사 등 좋은 기업에는 은행들이 대출을 해주려고 몰릴 것"이라고 밝혔다. ◇연체율의 허상 가능성도=은행권에서는 내년에 중소기업 연체율은 낮아질 것이지만 실제 내용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많이 발생해 중기 연체율이 높아졌었는데 은행들이 이를 유암코 등에 매각해 내년에는 중기대출 연체율이 올해보다 낮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유암코는 이달 말에만 8,000억원 규모의 은행 부실 PF를 매입할 예정이다. 결국 중기대출 연체율은 올해보다 낮아질 수 있지만 실제 내용은 더 안 좋다는 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은행들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1.83%로 전월 말보다 0.27%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중기 대책을 서둘러 내놓으려 하는 것도 내년도 중기대출시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많다. 은행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청년창업과 중기대출 혁신대책을 내놓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반대로 내년에 그만큼 중소기업 자금난이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라며 "시중은행들도 중소기업이 내년에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 대출 정책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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