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최근 외환시장의 불안과 교훈/이인동 LG경제연금융연구실장(기고)

올해 2·4분기이후 경상수지 적자의 개선에 힘입어 완만히 절상되던 원·달러화 환율이 7월중순을 기점으로 급격히 절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소하고 있는 수입수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수출증가율을 감안한다면 현 시점에서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외환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환율급드 이상기류 심상치않은 분위기가 형성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금융권의 부실에서 비롯됐다. 한계기업들의 연쇄도산으로 인해 일부 은행과 종금사들의 부실채권이 해당 금융기관들의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당 금융기관들에 대한 신용위험이 상승했던 것이다. 특히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운용해왔던 종금사들의 유동성 부족과 이를 확보하려는 외화수요급증으로 연일 원·달러화 환율이 오르고 있다. 때마침 불어닥친 동남아 통화위기도 원화의 가치하락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동남아 통화위기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한국의 상황에서 굳이 유사점을 찾아보자면 공통적으로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됐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이 무분별한 대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듯이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도 결국 부동산 부문에 대한 과다한 대출이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이들 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첫번째는 원화환율이 고정환율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미 원·달러화 환율은 작년 중반부터 늘어나는 경상수지 적자와 보조를 맞추어 꾸준하게 절하돼 왔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볼 때 현재의 환율은 경상수지가 균형에 근접했던 93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절하돼 있는 상태다. 향후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꾸준한 약세를 보이지 않는 한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원화를 크게 절하시킬 상황도 아니다. 또 한가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국내 자본시장이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서 개방정도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국내 총유동성에 차지하는 해외부문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그만큼 자본유출에 따른 원화가치 폭락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물론 현재와 같이 국내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화차입 상환을 위해 대규모로 외환을 수요하거나 향후 환율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하여 가수요가 발생할 경우 환율이 급등하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은 제한된 자본의 유출이라는 점이다. ○은행부실화도 심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환율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이유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의지의 해법제시가 신속하고 명쾌하지 못했다는 점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가 단기적으로 종금사들과 은행권에 대한 외화자금의 지원을 천명하고 있고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확대시키고 중장기적으로 해외자본 유입 확대책도 실시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또한 외환당국이 강력한 환율안정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외환시장의 분위기를 가라앉히는데 한 몫을 할 예정이다. ○외환보유고 늘려야 이런 경험을 교훈삼아 외환당국이 해야할 일을 몇가지로 나누어 요약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외환보유고를 꾸준히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기본적으로 경상수지가 어느정도 흑자기조를 유지해야 하지만 거시경제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자본시장을 개방해 외환보유고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외환보유고가 뒷받침돼야만 외환당국의 환율안정화 의지가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환율변동폭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가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취약한 경우는 변화된 경제여건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환율제도가 필요하다. 작년에 경험한 교역조건의 급속한 악화와 같은 외부충격에서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환율이 이를 유연하게 반영시켜야 하는 것이다. □약력 ▲86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91년 미 브라운대 경제학박사 ▲현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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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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