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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잠시만요, 파리 여행길에 홍콩야경 보고 가실게요

■ 스톱오버 여행 뜬다

환승지서 원하는 만큼 체류… 해외여행의 여유로움 만끽

홍콩·싱가포르·터키 항공사, 초단기 투어상품 속속 개발

경유승객 모시기 경쟁 나서

카타르 도하 스카이라인

홍콩 스카이라인 야경

항공기를 이용해 프랑스 파리에 간다고 하자. 가장 편리한 방법은 인천~파리 직항편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KE5901편을 이용한다면 오전10시10분에 타서 오후10시25분(서울시간 기준)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직항편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비싼 가격이다. 직항편은 출발·도착 국가의 국적기가 운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천~파리 직항편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어프랑스가 운행한다. 제3국의 항공사는 끼지 못한다. 그리고 가격이 고정돼 있다.


다른 방법은 제3의 도시를 경유하는 것이다. 1~4곳을 경유해 거쳐가는 것이 가능하다. 경유 횟수를 늘릴수록 비행기 요금은 낮아진다. 혹자는 최단거리, 즉 직항편으로 가는 것이 기름값 적게 들고 승무원 근무시간도 짧아질 텐데 왜 더 비싸냐고 따질 수도 있다. 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모든 교통수단과 마찬가지로 항공기도 운항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승객이 많든 적든 정해진 항공기는 떠야 한다. 이때 특정한 시간대나 특정한 경로에서는 탑승자가 부족할 수 있다. 해당 항공사는 이 자리를 싸게 파는 것이다. 경유지를 여러 군데 선택하는 것은 그 빈자리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

제3의 공항을 어떻게 거쳐가느냐에 따라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트랜짓(transit), 트랜스퍼(transfer), 스톱오버(stopover) 등이다. 트랜짓과 트랜스퍼는 도중에 들르는 공항에서 항공기를 이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고 스톱오버는 승객이 머무는 행동을 말한다. 트랜짓은 글자 그대로 '경유'다.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천~로마 노선 중 대한항공 KE927편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시간30분을 머물렀다 간다. 이때 밀라노행 손님들은 내리고 그 자리에는 밀라노에서 로마까지 가는 손님들을 태운다. 인천에서 로마까지 계속 가는 승객들도 잠시 내렸다가 다시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다. 트랜스퍼는 '환승'이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천~로마 구간에 카타르항공을 이용할 경우 인천~카타르 도하 구간은 QR0859편을 타지만 도하공항에서 QR0113편으로 갈아탄다.

스톱오버는 '단기체류'다. 트랜짓 또는 트랜스퍼 하는 도시에서 일정 정도 머물다가 다음 비행기로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보통 24시간을 머무는 것을 의미했지만 최근 초단기 관광프로그램이 제공되면서 시간 규정은 무의미해진 상태다. 앞서 예로 든 홍콩 또는 도하에서 원하는 날짜만큼 체류하다가 파리 혹은 로마로 이동하면 되는 것이다. 스톱오버는 공항구역을 벗어나 해당 도시로 나가는 것이므로 수화물도 찾고 입국 수속도 해야 한다. 반면 터미널에 머무는 트랜짓과 트랜스퍼는 항공수화물을 최종목적지까지 보내준다.

스톱오버는 트랜짓과 트랜스퍼의 확산에서 비롯됐다. 같은 여행이라도 트랜스퍼가 직항보다 훨씬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업무상 출장이나 단체여행이 아니라 최근 개별관광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행이 대중화되면서 더욱더 알뜰하게 경비를 절약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됐다. 항공기 성능의 발달에 따라 트랜짓과 트랜스퍼에도 불구하고 다소 긴 탑승시간도 견딜만하게 된 것도 중요한 이유다.

이런 '완행' 여행의 여유로움을 즐기게 되면서 경유하는 도시에 대한 관광욕구도 커졌다. 어차피 경유지에서 2~3시간을 보낼 요량이면 조금 더 시간을 보태면 시티투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항공사들과 공항들이 이런 틈새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도 관광객이다. 짧은 여행이라고 지출비용이 적은 것도 아니다. 각국 항공사들이 자국 방문 여행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스톱오버 여행객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스톱오버 여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항 내 체류와 시내 관광이다. 우선 공항 내 관광은 국제공항 터미널에 있는 시설을 즐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면세점을 기본으로 영화관·수영장·전통음식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경유 승객을 유혹하기 위해 점차 터미널도 확대되고 있다. 각국이 벌이고 있는 공항확장 경쟁이다. 2001년 현대식 인천국제공항이 영종도에 건설된 것을 시작으로 올 초 카타르 도하에 오픈예정인 하마드국제공항 등 대형이고 또 최첨단인 공항터미널 건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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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스톱오버 관광은 시티투어다. 시티투어를 위해서는 반나절에서 하루짜리 이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각국 항공사들마다 스톱오버 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갈 때 주로 이용하는 홍콩이 적극적이다. 캐세이퍼시픽은 홍콩관광청과 함께 31일까지 항공권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홍콩투어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빅버스나이트투어, 피크트램, 옥토퍼스카드, 마담투소박물관, 디즈니랜드 자유이용권 등 다양한 상품이 포함된다. 아름다운 야경과 불야성을 이루는 쇼핑거리,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동·서양 요리 등 도시여행은 덤이다.

싱가포르항공도 3월 말까지 싱가포르 시내 호텔 1박 숙박료를 59싱가포르달러부터 제공하는 '스톱오버 홀리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 패키지에는 공항∼호텔 간 교통편과 싱가포르 시내를 관광할 수 있는 SIA홉온버스 무제한 탑승권, 숙박하는 호텔 레스토랑의 50% 식사 할인권 등의 혜택이 포함돼 있다. 싱가포르는 호주에 갈 때 이용하면 편리하다. 물론 싱가포르 자체도 충분히 즐거운 관광지다.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갈 경우 중동 국가를 지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 카타르 도하가 뜨고 있다. 카타르항공을 타고 도하를 거치는 고객들은 잠시라도 중동 특유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사막을 탐험하는 '4륜구동 사막투어'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시티투어로 '나이트하버 크루즈' '도하 시티투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터키 이스탄불도 유럽으로 갈 때 거쳐가는 주요 코스다. 터키항공은 이스탄불 경유시 대기시간이 6시간 이상인 승객에게 이스탄불 무료 투어서비스를 제공하고 10시간 이상에게는 최대 1박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톱오버 투어 상품은 항공권을 구매할 때 함께 주문할 수 있고 또 경유지 해당 공항에 도착해서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구매한 경우 여행사에 요구하거나 해당 항공사에 따로 신청해도 당연히 제공한다.

유의할 점도 있다. 도시에 따라서는 체류비자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편안한 여행을 위해서는 이에 주의해야 한다. 또 기본적으로 공항은 붐빈다. 출입국, 특히 입국 수속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충분한 여유를 두고 이동해야 한다.

한국인에게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스톱오버 투어 상품이 있다. 2시간에서 6시간 단계별로 서울 시티투어를 비롯해 인천·고양· 강화도 투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이 유럽·미주와 아시아를 연결할 때 승객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서비스가 되고 있기도 하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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