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일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통화회의(IMC)에 위성중계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긴장이 수그라들고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면서 “3~4월의 거시 지표가 악화됐지만, 5월 들어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기대 수준의 낙관론을 피력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린스펀은 FRB 내에서 낙관론자로 평가 받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인들의 높은 노동생산성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그러나 3ㆍ4분기에 민간 경제학자들이 예상하는 4%대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본격 회복하지 않았지만, 주가와 회사채 가격 상승이 미국 경제의 괄목할 성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과 관련, 그는 “미국 경제가 악성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디플레이션 방어를 취해 모든 정책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간 경제학자들은 뉴욕증시의 자산 거품 붕괴와 생산 설비 과잉으로 기업 부도율이 상승하고, 통신ㆍ항공ㆍ소매업에 가격 할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1949년과 1955년의 디플레이션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 의장은 “FRB가 디플레이션과 싸운 경험이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방화벽을 설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과거의 사례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높은 생산성과 저금리로 인한 주택 경기 활성화가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