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대처리즘 유럽서 짙은 그림자

재정위기국선 긴축안 두고 격론<br>영국선 유럽과 긴장 유지 지속<br>17일 세인트폴 대성당서 장례식

8일(현지시간)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사망했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처리즘의 핵심인 재정긴축이나 민영화, 금융산업 육성 등은 경기침체를 겪는 유럽 내에서 위기해법으로 적절한지를 둘러싸고 여전히 논쟁 대상이다. 또 영국에서도 유럽의 정치적 통합 심화에 대한 반대나 '영국 예외주의'는 선거 때마다 핵심 쟁점으로 등장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는 등 신자유주의는 한물간 것으로 보이지만 대처리즘은 여전히 유럽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우선 30년 전 대처 전 총리가 취했던 민영화나 재정긴축 정책은 정작 영국보다 포르투갈ㆍ그리스ㆍ스페인 등 재정위기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위기극복을 위한 대처의 정책이 고스란히 이들 국가에 재연되고 이를 두고 사회적 혼란이 증폭되는 것도 닮은 꼴이다. 또 북유럽과 남유럽 간 경제격차가 커지면서 대처 전 총리가 우려했던 단일통화의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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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에서도 대처의 공과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대처 전 총리는 1979년 취임 이후 ▦공공사업 민영화 ▦서비스업 육성 ▦노조탄압 등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물가안정, 성장률 회복, 금융산업 육성 등의 성과를 이뤘지만 광산업 등 제조업 몰락, 실업자 급증, 양극화 심화 등의 후유증을 몰고 왔다. 영국은 특히 금융 등 서비스업 부문에 강점을 갖춘 '잘사는 남부'와 탄광업 파괴로 동력을 잃어버린 '못사는 북부'로 고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형성된 긴장구도도 대처의 유산이다. 영국 BBC방송은 대처가 유럽을 단일시장으로 묶는 데는 찬성했으나 경제공동체가 정치적 결합체로 바뀌는 데는 적극 반대했고 결국 30년이 넘게 이러한 대EU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앵글로색슨족 특유의 '예외주의'가 작용한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2011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EU 국가들이 재정정책 권한을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이양하는 '신재정협약'을 맺을 때도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처가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후유증도 크다.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과의 불화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대처리즘의 이 같은 명암 탓에 대처 전 총리 사망 이후 사회 전반에 애도 물결이 이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축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 키친 영국 탄광노조(NUM) 사무총장은 이날 "오랫동안 대처가 사라지기를 기다려왔기에 그의 죽음에 유감이라고 밝힐 수는 없다"며 "그가 땅에 묻히며 대처의 정책도 함께 사라지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월간지 소셜리스트워커의 편집자인 주디스 오어는 "대처는 노조와 노동운동 탄압을 원했다"며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총리실은 9일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이 17일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열린다고 캐머런 총리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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