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면 재협상 수준… FTA 장기화 우려

"美, 한국차 관세철폐 연장 요구"<br>"제3국서 수입 車부품 관세 환급 없애달라"<br>협정문 수정 필요한 안전·환경기준 완화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역시 자동차였다. 쇠고기는 협상 카드에 불과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논의에 나섰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미국과의 논의 과정을 소상하게 밝힘에 따라 구체적인 쟁점과 원인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예상대로 미국은 자동차 무역불균형을 우려하며 관세 철폐시한 연장, 세이프가드 규정 마련, 관세환급 철폐, 우리 측 환경ㆍ안전기준 완화 등 협정문 수정을 필요로 하는 많은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를 타결 짓지 못한 뒤 "쇠고기도 우려사항(concern)이기는 하지만 사실 자동차가 더 큰 우려사항(a larger concern)"이라며 "우려사항이란 진짜로 단순한 것으로 미국에는 40만대의 한국산 자동차가 들어오지만 한국에는 (미국 자동차) 수천대가 수입되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은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제안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 자국 자동차산업이 피해를 보게 될 때를 대비해 자동차에 대해서만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 규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수용 여부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한 뒤 "자동차 세이프가드는 상호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하며 우리 자동차 관세는 8%, 미국은 2.5%인 만큼 서로 발동한다면 미국의 부담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을 가장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기존 협정문에 규정돼 있는 자동차 관세 철폐계획의 조정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양국은 기존 협정문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차 부품과 1,500∼3,000㏄ 승용차(관세 2.5%)는 즉시 철폐, 3,000㏄ 초과 승용차(관세 2.5%)는 3년 내 철폐, 픽업트럭(관세 25%)은 10년간 균등철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측은 즉시 또는 3년 내 2.5%의 관세를 철폐하도록 돼 있는 것을 연장할 것을 요구해왔고 한국 측은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완성차를 판매할 경우 제3국에서 수입한 자동차 부품에 부과된 관세환급도 폐지할 것을 요구했고 이 역시 우리가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측은 한국 시장 접근 확대 방안도 강력히 요구했다. 이와 관련, 미국 측은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확대와 연비 및 배기가스 등 환경기준 강화에 대한 적용기준 완화, 자동차 관련 규정의 투명성 제고 방안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미 양측이 합의에 실패한 뒤 양국 내부에서 '제대로 된 FTA를 해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에 돌아가서 비판을 받고 있고 우리 쪽도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며 "한미 FTA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무역개방을 하더라도 수입이 늘지 않을 수 있어 미국이 세이프가드와 스냅백을 악용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약속을 받지 않는 이상 정부가 요구조건을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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