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LG-삼성, 감정의 골 다시 깊어지나

"LCD 상호교차 구매하면 물류비 대폭 줄어드는데 삼성 비협조에 진척 없어"<br>"패널종류가 서로 다르고 그나마 대부분 해외 생산 물류비 절감은 말도 안돼"



정부의 주선으로 잠시 화해의 모습을 보이는 듯했던 삼성과 LG 사이에 또다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LG 측은 전자 계열사 간 ‘상호 교차구매’에 합의한 지 두달 가까이 되도록 진척이 없자 공개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웠고 삼성도 이에 대해 “상대 회사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9일 실적발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37인치 액정표시장치(LCD) 공급과 관련, “7월 안에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권 사장은 두 그룹의 관계를 남북 간의 휴전선에 비유하면서 “LG와 삼성 간 분단의 골이 워낙 깊다”며 삼성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그는 “(삼성ㆍLG가 상생을 해서) LG가 2등을 해도 삼성이 1등을 하는 것이 대만 업체가 1등을 하고 LG가 2등을 하는 것보다 낫다”며 “대한민국이 LCD 1등을 하면 국가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삼성 측의 비협조를 꼬집었다. 그는 “삼성이 대만의 AUO로부터 연간 300만대의 LCD를 들여온다”고 소개한 후 “LG나 삼성 모두 공장이 구미에 있기 때문에 물류비 절약분만도 원가의 6%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 내부에서도 DM총괄은 구매를 원하는데 LCD총괄이 반대해 진행이 안 된다”며 삼성 측의 의사 조정능력까지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삼성 측은 일일이 반박 설명을 내놓는 등 역공세를 취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우선 물류비에 대해 “상대 회사의 현실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TV를 만드는 곳은 구미가 아니라 수원이며 그나마 전체 생산량의 90%는 해외에서 생산ㆍ판매한다”며 “물류비 절감 얘기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업총괄 간 의사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에는 “타사의 경영조율 과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구매가 힘든 것은) 두 회사의 패널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업계에서는 어렵사리 조성된 화해무드가 다시 깨지고 교차구매 자체가 없던 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권 사장은 하향 국면인 LCD 시황과 관련, “필요에 따라서는 감산할 수도 있고 이를 수율 향상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필립스 측에 보유지분 전부(13.2%)를 팔지 말고 ‘의미 있는’ 지분을 계속 유지해 전략적 투자자로 남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생산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구미 공장에 1,000억원을 투자, OLED 라인 증설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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