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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1만가구 규모에 이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용지를 공개했지만 정작 건설 업계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공개된 용지 대부분이 수도권 외곽 신도시나 비인기 택지지구인데다 서울 주변의 일부 인기 지구의 경우 대부분 연립 등 소규모 용지이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무엇보다 수요층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도심 내 적절한 택지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금자리주택 역시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만 수요가 몰렸을 뿐 나머지 외곽지역은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LH 보유토지 28개 택지 우선 공급=국토교통부는 30일 기업형 임대주택 용지로 LH의 장기 미매각 용지 24개 블록을 우선 공개했다. 현재 사업계획상으로는 1만37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이며 대상이 된 24개 블록 용지 가운데 아파트 용지는 8개 블록 7,425가구이며 연립주택 용지는 16개 블록 2,612가구다.
가장 물량이 많은 곳은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다. 분양아파트 용지인 Ab-04블록과 연립주택 용지인 Bc-02·04·05·14블록 등 총 5개 블록 3,391가구 규모의 택지가 공급된다. 화성동탄2신도시는 A-95블록과 A-14블록 등 아파트 용지 2개 블록이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1,747가구를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이외에 충북혁신도시 B4블록(1,340가구), 화성 향남2지구(895가구), 김포 양곡지구(873가구), 수원 호매실지구(800가구), 남양주 별내지구(40가구), 안산 신길지구(141가구), 파주출판문화2지구(59가구), 위례신도시 (360가구), 성남 도촌지구(144가구), 용인 동백지구(183가구)와 용인 죽전지구(64가구)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수요가 많은 부지부터 공모를 시작해 오는 4월 중 약 3,000가구 규모의 1차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사업 협상 과정에서 잔금비율을 높이거나 선납할인 등 추가적인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라며 "수요가 충분하지 못한 택지는 올해 10월 이후 기업형 임대주택 용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입지 때문에…업계 기대에는 못 미쳐=기업형 임대사업의 조기 추진을 위해 정부가 LH 보유토지를 내놓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번에 공개된 LH 보유택지가 업계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해서다. 우선 대부분이 수도권 외곽에 있는 택지지구인데다 그나마 위례신도시 등 서울 인접지역은 소규모 연립 용지거나 블록형 단독택지를 연립 용지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택지지구·신도시 내 입지도 떨어진다. 예컨대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아파트 용지로 유일하게 공급되는 Ab-04블록은 김포 한강신도시의 서쪽 끝에 위치한 땅이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크게 김포한강로 쪽에서부터 A지구(운양동 일대), B지구(장기동 일대), 가장 서쪽인 C지구(마산·구래동 일대) 등으로 나뉘는데 이번에 공급되는 용지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C지구에 위치해 있다. 동탄2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용지도 비슷하다. 2개 블록 모두 동탄2신도시 중심부와는 거리가 멀다. A-95블록은 동탄2신도시 남쪽 끝에 있으며 A-14블록은 시범단지와 가깝지만 역시 동쪽 끝이다.
위례신도시, 용인 동백·죽전지구의 경우 입지는 비교적 좋지만 규모가 작다. 현재 블록형 단독택지로 이를 연립주택 용지로 전환한다고 해도 공급규모는 200~300가구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제시한 용지 모두 입주물량이 앞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입주물량이 몰릴 경우 임대료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어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탄2신도시에서는 이달부터 시범단지 아파트 5곳의 입주를 시작으로 올해만 1만5,000여가구의 입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2~3년간 꾸준히 분양이 이뤄져 앞으로도 입주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지역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장기동 일대는 입주가 대부분 완료됐지만 운양동이나 마산동 일대는 내년 이후에도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다.
건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세하게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택지의 입지 자체로는 사업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입지가 아주 뛰어난 곳이 아닌 만큼 택지비 수준이나 정부의 기금·세제 지원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도심 내 부지 공급 어려워 결국 그린벨트가 답?=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방안'을 내놓을 때부터 결국 기존 택지지구 중심으로 건설 용지가 공급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철도유휴부지 등은 이미 행복주택사업 추진에서 보듯이 주민 반대 등에 막혀 임대주택 용지로 사용하기가 어렵고 지방이전 공공기관 부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비어 있는 땅이 아니라 이미 건축물이 들어서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지자체 보유부지를 활용할 수 있지만 국토부는 이를 고려하지는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지자체 보유부지도 활용할 수 있지만 협의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도심 내 부지보다는 LH가 보유한 택지지구 땅을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업성이 있는 땅을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가 보장한 세후수익률 5%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임대수요가 꾸준한 지역의 부지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A건설의 한 관계자는 "결국 아주 우수한 택지지구가 아닌 이상 건설 업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곳은 그린벨트 해제지역"이라며 "기금 출자 등 정부의 지원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기업형 임대 활성화 여부는 우량 토지를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