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장, 공포감에 휩쓸려 과매도 외국자본과 심리전서 이겨야"

금융 아닌 제조업으로 성장해 기반 탄탄<br>외국인 이탈은 자체 유동성 확보 시급한 탓


“선진국들은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느냐 마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았는데 한국의 경우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하나로 연결돼 있지만 한국은 위기를 헤쳐나갈 능력을 가졌습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이 주식시장을 놓고 심리전을 벌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개인ㆍ기관이 심리전에서 패하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에 한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 여부는 최근 벌어지는 심리전의 승패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종합주가지수 1,000선이 붕괴되면서 공포가 시장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시장이 태생적으로 외생변수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패닉 상태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은 금융 위주로 성장한 국가가 아니다“라며 “제조업이라는 탄탄한 기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주가이익률(PER)의 경우 한국 7.7배, 일본 10.3배, 홍콩 8.9배 등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경제주체들이 가진 무차별적인 공포감과 비관적 전망. 현재의 시장상황을 보면 경제주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값이 더 떨어지고 환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인식하면서 주식 투매와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의 몰락을 지켜봤던 학습효과가 개인ㆍ기관의 쏠림현상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이 현재 과매도(오버슈팅) 상태에 있다”며 한국 경제에 ‘스티그마(Stigma)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죄수의 낙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스티그마 효과’란 노예나 죄수처럼 한번 낙인이 찍히면 실제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문제는 경제주체가 스티그마 효과의 늪에 빠져들수록 자기실현적 예언의 강도가 더 세지면서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파급효과도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1997년 당시 우리나라의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해외 투자가들이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IMF 구제금융 체제로 편입되면서 실물경제면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은 사례가 있다. 미국발 여파 등 외생변수로 외국자본이 한국을 이탈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경제주체가 자기실현적 예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주체가 심리적 안정을 조속히 되찾는 게 중요하다”며 “외국자본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돈을 빼가는 것은 (한국 경제상황이 나빠서라기보다) 자체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것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외국자본들은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했는데도 주식ㆍ채권을 판 자금을 달러로 바꿔 한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통상 실제 달러 역송금액이 외국인 주식ㆍ채권 순매도 금액을 밑돌았다. 즉 달러로 바꾸지 않고 원화로 보유하는 경향이 적지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역송금액과 순매도 금액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장관 말 다르고 금융위원장 생각 다르고 한은 총재 발언이 달라서야 되겠냐”며 확실한 정책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그는 “찔끔찔끔 이미 선진국들이 취한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한번에 과감하고도 신선한 메가톤급 대책을 내놓아 시장의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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