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수출편중구조에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한은은 11일 발표한 「반도체산업과 우리 경제」를 통해 반도체산업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 각종 경제지표가 왜곡, 과대포장될 우려가 있다며 지표 해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경기가 우리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으나 의존도가 깊어질 경우 또다시 거품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게 한은 보고서의 골자.
◇반도체 호황 어느 정도인가= 지난 98년중 반도체산업의 생산증가율은 무려 43.3%. 제조업은 평균 마이너스 7.5%성장했다. 이에 따라 전체 제조업생산(생산지수기준)에서 반도체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최고의 반도체 특수를 누렸던 지난 94~95년중에도 이 비중은 각각 6.5%, 8.6%수준이었다.
전체 수출(통관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년 이후 줄어들다 지난해 12.9%를 점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요업체의 생산라인도 지난해 중반 이후 완전가동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LG반도체 파업(1.25~2.7) 공백에도 불구하고 생산증가율 48%를 기록했다.
◇불안한 활황= 지난해 9월 이후 산업생산이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도 반도체 경기가 호전된 덕택. 지금도 경기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주요예측기관들도 반도체 시장이 지난 96~98년중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반도체 편중구조가 경제의 기본체질을 허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허약체질 불감증까지 우려된다. 한은은 반도체 호조에 의존해 실물경제지표가 개선될 경우 물량기준 실물경제지표가 실제 경제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생산유발효과가 제조업평균치보다 작고 세대교체 과정에서 가격이 폭락해 경기가 단기간에 급변동할 수 있다 점을 우려했다.
지난 94~95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우리 경제가 96년 이후 급격한 경기하강과 경상수지 적자 확대를 경험한 것도 상당부분 반도체경기의 변동 때문이라는게 한은의 해석. 당장은 좋지만 넋놓고 있다가는 외환위기의 직간접적 원인이 됐던 경상수지 적자심화 구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 전문예측기관들이 반도체시장의 전반적인 안정적 성장을 점치면서도 현재 강보합세인 D램 가격이 공급물량 증가로 점차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는데 대해 한은은 우려하는 모습이다. 올해말 16MD램 가격이 현재 개당 약 2.5달러에서 2달러 이하로, 64DM램이 10달러에서 7달러 이하로 각각 하락한다는 예상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대다수(약 80%)를 차지하는 D램 가격 하락은 수출급감, 경상수지 악화, 외환보유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은은 두가지 처방을 동시에 내리고 있다. 우선 반도체 산업 자체의 고부가가치화. 주력품목인 D램보다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비메모리부문의 사업 강화를 통해 세계시장의 수급·가격 변동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한가지 다행스럽게 비메모리부문과 조립공정을 통한 생산품의 수출은 다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두번째는 반도체 이외 다른 품목의 발굴, 육성. 첨단유망산업 부문을 다각적으로 개척해 반도체에 의존하는 불안구조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한은이 당장 시급한 부문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지표 해석의 문제. 반도체가 포함된 각종 지표가 아무리 좋게 나와야 결국은 모래성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한은은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을 중시하는 거시경제정책 운용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반도체가 「경기 회복을 이끄는 효자」에서 「경제 현실을 잊게 하는 환각제」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다.【권홍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