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화장하는 남자

얼마 전 대만 출장을 갔다가 눈을 의심할 만큼 깜짝 놀랄 일을 경험했다. 대만 남자들 사이에 눈에 마스카라를 하거나 손톱에 검은색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이 유행이었던 것이다. 이미 대만과 일본에서는 색조화장을 즐기는 남자들이 적지않다고 한다. 아무리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시대라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화장하는 남자. 아직은 거부감이 들지만 남성들이 점차 뷰티 산업의 중요한 소비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화장품 업계에서 남성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 나라도 한해 5,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업계 경쟁도 치열하다. 스킨과 로션뿐 아니라 색조, 팩, 왁스, 염모제, 기능성 제품 등 점차 세분화되고 다양해진 제품이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돼가는 추세다.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에 대한 젊은 남성들의 관심과 니즈도 커지고 있다. 나도 제품 테스트도 할 겸 남성과 여성용을 가리지 않고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열심히 화장하는 남자인 셈이다. 그리고 내 피부가 느끼는 대로 품평을 해서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기도 하고 주위에 권하기도 한다. 혹자는 내 얼굴이 화장품 회사 최고경영자(CEO)치고는 덜 세련된 스타일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내가 여러 제품을 꼼꼼히 사용하며 얼굴 가꾸기에 열심인 것을 모르고 하는 말들이다. 화장하는 남자에 대한 시선이 아직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제 남성들도 자신만의 매력을 분석하고 결점을 보완하며 스스로 멋지게 가꿀 수 있는 시대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실 더페이스샵 사무실에서는 남성 직원들이 마스크시트를 얼굴에 붙인 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명품 수트와 구두를 신는 것으로 스타일링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 남성도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피곤해 얼굴이 칙칙하게 느껴지는 날에는 마스크시트를 얹어 피부 톤을 맑게 하기도 하고 눈가의 주름을 막기 위해 남성용 아이크림을 바르기도 하는 것. 이 시대 진짜 멋쟁이가 되는 길은 아닐까. 이런 사회적 변화가 젊은 남성들의 특권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밤낮 없이 일하느라 자신의 피부 한번 뒤돌아볼 수 없던 중년 남성에게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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