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제2 하이닉스 채무조정 분쟁' 우려

제도 엄격 적용땐 국가·산업단지 기업 모두 해당<br>한국 수출육성정책 '그물망'에 걸릴 가능성 높아<br>미국 경기침체 기정사실화…통상압력 갈수록 커질듯


'제2 하이닉스 채무조정 분쟁' 우려 제도 엄격 적용땐 국가·산업단지 기업 모두 해당한국 수출육성정책 '그물망'에 걸릴 가능성 높아미국 경기침체 기정사실화…통상압력 갈수록 커질듯 이종배 기자 ljb@sed.co.kr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는 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의 회생을 위해 채권단에 채무조정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이것을 정부보조금으로 간주해 하이닉스가 미국에 수출한 반도체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이에 가세하면서 반도체산업이 큰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다행히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일본의 하이닉스반도체 상계관세 제소건에 대해 급박한 위기상황 등을 고려, 정부보조금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판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등이 제기한 상계관세 분쟁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이번 미 상무부의 판결은 우리의 수출육성제도가 상계관세라는 그물에 걸려들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은 외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넓은 의미의 정부보조금으로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을 강력히 설득, 상계관세ㆍ반덤핑 등을 논의하는 무역구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사개시 전 사전통지 및 협의를 명문화한 것도 반덤핑보다 무분별한 상계관세 남용을 막기 위한 포석이었다. ◇상계관세 가능 조치에 포함된 것은=이번에 미 상무부가 상계관세 가능 조치로 판정된 것은 총 9개다. 이중에는 수출입은행의 신용금융도 포함돼 있다. 미 정부는 수출신용금융은 수출을 조건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수출보조금에 해당된다고 명시했다. 조달청의 물가안정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달청이 물가안정을 위해 원자재인 화학펄프를 무림제지㈜에 보상가 미만으로 판매했는데 이 역시 상품의 제공이라는 재정적 기여에 해당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분석이다. 수입허가서 제출 없이 관세를 환급해주는 '고정액 환급방법'도 과도환 관세 환급으로 지목됐다. 미 정부는 이밖에 산업자원부가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대출해주는 정책금융인 산업기반자금대출도 재정적 기여에 해당된다며 정보보조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산업단지 조세감면에 대해 미 정부는 특정 지역 및 소재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상계관세 조치로 간주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수출육성책에 상계관세 그물=상계관세 판정은 제도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일개 산업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제지산업은 미국 입장에서 그리 크지 않다. 만약 자동차처럼 한미 간 경쟁관계에 있는 분야라면 문제가 더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 정부가 현재 운영 중인 수출육성정책에 대한 미 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세제감면, 수출금융 지원 등 여러 조치의 근본은 결국 수출 지원이라는 게 이번 판결의 함축적 의미이다. 특히 지방 및 국가 산업단지 입주업체에 대한 조세감면을 상계관세 가능 조치로 본 것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히고 있다. 김규태 산업연구윈 연구위원은 "이번 판정은 모든 대미 수출업체ㆍ품목에도 적용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산업단지 입주업체에 대한 조세감면을 지역 특정 기업으로 수혜 자격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상계관세 가능 조치로 해석했는데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미 경기침체, 통상압력 재점화=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산 등 미 경기침체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통상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경기 위축기에는 통상 환경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자국 산업 및 물품 보호를 위해 반덤핑규제ㆍ상계관세 등을 적극 구사하는 게 보편화된다는 것이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주목해야 될 것은 통상 환경이 악화된다는 점"이라며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 등은 통상 환경 악화에 대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한국 등 외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넓은 의미의 정부보조금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미 FTA가 발효돼 무역구제협력위원회가 설치된다고 해도 미국의 대한 통상압력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협력 채널이 마련됨에 따라 예전보다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 기구가 논의기구인데다 FTA 이후 대미 수출이 늘 경우 미국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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