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20일] 엘리베이터와 선진문화

'주요20개국(G20) 중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8번째' '올해 국민소득 2만달러 회복 예정'.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최근 발표한 한국의 경제 성적표다. 하지만 선진사회는 소득수준 등 경제력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높은 문화의식과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사회구성원에게 가득 찼을 때 진정한 선진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오래전 외국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만 오면 엘리베이터가 늘 1층에서 나를 맞이해주었다. '여기 엘리베이터는 자동으로 1층에 있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유심히 보니 그게 아니었다. 저녁 무렵에는 마지막에 내리는 사람 거의 모두가 1층 버튼을 누르고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엘리베이터가 1층에 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도록 하려는 주민들의 조그만 배려였던 것이다. 그들의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자한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웃들을 내 가족처럼 배려하는 선진 시민의식의 한 단면을 보는 듯했다. 우리는 얼마나 남을 배려하고 있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무심코 하는 행동이지만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어 옆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주위 사람은 개의치 않고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사람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우리의 이러한 공동시설 이용문화는 이웃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예전부터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있다. 얼마 전의 천안함사건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희생된 장병들을 보면서 내 자식, 내 가족처럼 다같이 가슴 아파했고 유족을 위해 각계 각층의 인사들은 물론 고사리손의 저금통까지 내밀어 시민성금을 마련한 것은 아픈 이웃을 위로하려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러한 미풍양속을 잘 살려 이웃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나아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면 진정한 선진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